[팩트체크] 고무장갑 종량제봉투에 버리면 과태료 낸다?

구민주 기자 2025. 4.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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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 쌓여 있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들 〈출처 : 중앙DB〉
고무장갑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쓰레기로 버렸다가 과태료를 냈다는 경험담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해당 글엔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댓글이 1000건 가까이 달렸습니다.

'살이 붙은 닭 뼈'나 '고구마 껍질' 등을 일반쓰레기로 버려 과태료를 물었다는 댓글들입니다.

분리배출의 기준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거나,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들 때문에 개인정보가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JTBC 팩트체크부가 관련 내용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① 고무장갑 종량제에 버려 과태료 물었다?




“여러분, 넘 화가 나요. 고무장갑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었다고 벌금 10만원 나왔어요. PP 봉투에 넣어야 한대요. 분리수거 잘 해서 환경을 생각해야한다지만…이건 참 어이가 없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4월2일 스레드 게시글 원문 발췌)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씨가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입니다.

공감하거나 비판하는 댓글이 쇄도하면서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분리배출 기준에 대한 혼란도 가중됐습니다.

JTBC는 우선 관련 기관들을 통해 정확한 기준 등을 확인해봤습니다.

환경부 제작 '내손안의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 〈출처 : 내손안의 분리배출〉
환경부에서 2018년 제작해 운영 중인 '내손안의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에선 고무장갑을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로서 종량제 봉투로 배출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어떨까요.

2021년 시가 배포한 '올바른 분리배출' 안내문에 고무장갑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21년 서울시 분리배출 요령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실질적으로 폐기물(쓰레기) 관리 주체는 지방자치단체, 그 중에서도 시장·군수·구청장입니다.(폐기물관리법 제4조)

지자체들은 각각의 조례를 통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25개 자치구의 폐기물관리조례를 전수조사해보니, 24개 자치구가 고무장갑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일반쓰레기로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남구만 고무장갑을 깨끗이 씻어 비닐류로 분리 배출하도록 정했습니다.(강남구 폐기물 관리 조례 별표2 '재활용가능 품목 및 배출요령')

서울특별시 강남구 폐기물 관리 조례 별표2 '재활용가능 품목 및 배출요령' 〈출처 : 자치법규정보시스템〉
강남구청에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고무장갑을 비닐로 분리 배출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제 고무장갑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의 경우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버려 단속된 사례였다”고 말했습니다.

강남구에서 고무장갑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 A씨의 사례가 과태료 부과 대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A씨가 고무장갑만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고무장갑 외에 다른 사례는 어떨까요.

강동구에선 '살 붙은 닭 뼈' '고구마 껍질' 과태료 사례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B씨는 “치킨 뼈는 일반 쓰레기라고 해서 버렸는데, 다 안 뜯어 먹고 살이 남아 있었다는 이유로 벌금을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C씨는 “고구마 껍질을 일반쓰레기 봉투에 버렸다가 10만원 과태료를 받았다”며 구청으로부터 받은 과태료 부과대상 안내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강동구청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습니다.

강동구는 서면 답변을 통해 "SNS에 익명으로 올라온 치킨 뼈와 고구마 껍질 사례의 과태료 부과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강동구가 단속한 음식물 혼합 배출 사례. 최근 SNS에 올라온 사례와 다름 〈강동구청 제공〉
JTBC는 '살이 붙은 닭 뼈와 고구마 껍질을 일반쓰레기로 버려 과태료를 부과했던 지난 사례가 있었는지'도 물었습니다.

이에 강동구는 “다량의 고구마, 살이 많이 붙어 있는 닭 뼈 등 음식물 쓰레기가 일반쓰레기와 혼합 배출돼 과태료를 부과한 적 있었다”며 해당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따라서 살이 붙은 닭 뼈와 고구마 껍질도 다량으로 일반쓰레기와 함께 배출할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② 포상금 노린 파파라치들이 활동한다?




“인근 식당 사장님께 물어보니 지금 어르신들이 돌아다니면서 집중 단속한다더라”(4월7일 스레드 원문 발췌)

이른바 '쓰레기 파파라치' 의혹도 퍼지고 있습니다.

파파라치들이 포상금을 목적으로 쓰레기봉투를 파헤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강남구청 단속요원 채용 공고 〈출처 : 강남구청 홈페이지〉
서울시내 복수의 구청에 확인해봤습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단속하는 이들은 구청이 기간제 근로자로 정식 채용한 단속 요원들이었습니다.

주차단속원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모두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정식으로 채용된 사람들입니다.

구청으로부터 포상금이 아닌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월급이 단속 건수와 연결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모두 파헤치고 있을까?

강남구청에 따르면, 현재 자치구 내 21명의 단속 요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에 버려진 모든 쓰레기봉투를 확인하긴 어려운 규모입니다.

구청 측은 쓰레기 봉투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기준이 있다고 말합니다.

“수거한 일반쓰레기들은 강남자원회수시설로 가져가 소각을 시킵니다. 그런데 봉투 안에 폐기물이 너무 혼합돼 있을 경우 소각이 거부됩니다. 따라서 시설에 가져갔을 때 거부될 만큼 육안으로만 봐도 음식물 등 부적절한 폐기물들이 다량으로 담겨 있는 봉투들을 중심으로 열어 단속합니다.” (강남구청 담당자 통화)

다만, 일반 시민들이 명확한 증거물과 함께 쓰레기 무단 투기를 신고할 경우 예산의 범위 안에서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포상금이 지급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서울시 한 구청 관계자는 “운전 중 차량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모습을 촬영해 포상금을 받는 경우가 그나마 가장 흔한 사례”라며 “종량제 봉투를 파헤쳐 잘못 배출된 쓰레기를 찾아 포상금을 타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들이 활동한다는 건 사실과 다릅니다.


③ 쓰레기 속 영수증 찾아 추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쓰레기 속에서 발견된 영수증 〈출처 : 중앙DB〉
“종량제 저렇게 파헤쳐도 법적으로 문제 안 됨?”
“종량제에 가장 버리면 안 되는 건 개인정보였네” (에펨코리아·스레드 댓글 발췌)

쓰레기봉투를 열어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들입니다.

쓰레기봉투 속에 함께 버려진 영수증, 택배 송장 등을 통해 투기자의 연락처나 주소를 수집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복수의 구청에 확인해보니 쓰레기봉투 속 정보를 단서 삼아 과태료를 부과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구청 관계자들은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쓰레기는 이미 당사자가 소유권과 점유권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란 취지였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의3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의 3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쓰레기로 버렸다 하더라도 그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버렸다고 해서 개인 정보를 이용해도 된다고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특히 “쓰레기봉투를 열어 영수증 등 자료로 개인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정말 불가피한 조치인지, 그렇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업무까지 개인정보보호법이 허용하는 '소관 업무'로 볼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쓰레기 속 개인정보를 이용한 추적, 전문 기관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사항으로 판정을 보류하겠습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박진희 조벼리〉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검증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jazzy-background-202.notion.site/JTBC-1659eb1c5fb380599e2debacf70a776a?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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