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4시] ‘제주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앞두고 파리 특별전

박태진 제주본부 기자 2025. 4. 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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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현대미술관, 《나는 자유로소이다》 전…누드 드로잉⋅회화 작품 선보여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김복신 회화 전 《곶》…제주의 숲을 들여다보다

(시사저널=박태진 제주본부 기자)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 열리는 '제주4·3기록물' 전시 포스터 ⓒ제주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4·3기록물의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 최종 등재 결정을 앞두고, 인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세계와 공유하기 위한 특별전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다.

행정안전부와 공동 주최하고 국가유산청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 열린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2~17일) 기간에 맞춰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을 주제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현기영 작가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 유족회 등 주요 관계자들이 함께 파리를 방문했다.

전시 장소인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은 2023년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어판 출간 기념행사가 열린 뜻깊은 곳이다.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23년 11월 유네스코에 제출된 1만 4673건의 기록물 중 핵심 사료들을 선보인다.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위한 4·3기록물은 △군법회의 수형인 기록(27건) △희생자 유족 증언(1만 4601건) △진상규명·화해를 위한 시민운동 기록(42건) △정부 진상조사 관련 기록(3건) 등이다.

전시장 입구에는 다랑쉬굴을 재현해 관람객들이 제주 4·3 당시 현장에 직접 들어선 듯한 몰입감이 들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제출한 핵심 기록물 복제본과 함께 4·3의 발단부터 진실규명을 위한 시민들의 노력과 화해의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도 함께 상영된다.

특히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는 제주4·3을 상징하는 동백나무 대형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곳에 관람객들이 4·3의 기억과 평화·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동백잎 모양의 카드에 직접 남기는 참여형 공간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전시 관람과 추모를 넘어 기억과 공감의 경험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의 협조로 온라인 누리집과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전시 홍보가 이뤄졌다. 프랑스한인회와 유관기관, 현지 한인신문 등을 통해서도 다각도로 홍보가 진행됐다.

한편, 제주4·3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 등재심사소위원회(RSC)와 2025년 2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등재권고를 받고 현재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 《나는 자유로소이다》 전…누드 드로잉⋅회화 작품 선보여

제주현대미술관은 오는 11일부터 11월 2일까지 상설전시실에서 김흥수 화백의 《나는 자유로소이다》 전을 개최한다.

김흥수 누드 드로잉⋅회화 《나는 자유로소이다》 전 포스터 ⓒ제주현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김흥수 화백(1919~2014)의 독창적 조형 언어인 '하모니즘'이 구현된 누드 드로잉과 회화에 주목한다.

김흥수는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하모니즘 양식을 선언하기까지 평생에 걸쳐 자신만의 예술관을 모색했다. 1940년부터 1944년까지 일본 동경미술학교(현, 국립도쿄예술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한국전쟁기 월남해 대구, 부산에 머물며 예술인들과 교유했다. 이 시기까지 그는 주로 구상미술을 제작했다.

6·25전쟁의 비극적 충격을 표현할 방법을 얻고자 1955년 프랑스 파리로 떠난 김흥수는 1961년 귀국할 때까지 입체주의, 앵포르멜 회화, 반구상 회화 등 다양한 형식을 탐구했다. 이후 1967년 미국으로 건너가 12년간 체류하며 '하모니즘'이라는 고유한 조형 언어를 창안했다.

1977년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하모니즘 양식을 선언한 후, 물감, 못, 병마개, 섬유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물질적 현실성과 구상, 추상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하모니즘 양식으로 그려진 누드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김흥수에게 누드화란 인간으로서의 누드, 희로애락을 가진 여인의 절실한 감성을 표현하는 양식이다. 한 여성을 통해 들여다본 환희와 절망, 허무와 끝없는 욕망을 드러낸다. 서로 다른 포즈의 인물과 한 편에 그려진 화려한 색채의 추상화가 전달하는 하모니는 그의 미술 인생의 결실일 것이다.

'나는 자유로소이다'라는 전시 제목은 전쟁이 종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술에 대한 열정만으로 프랑스로 건너간 후 처음 열었던 개인전에서 발췌한 문구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김복신 회화 전 《곶》⋯제주의 숲을 들여다보다

김복신 작가의 회화 전 《곶》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갤러리 벵디왓에서 8일부터 27일까지 20일간 개최된다.

김복신 회화 《곶》 전 포스터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은 활기찬 생명과 울림을 담은 자연의 선물이다. 이번 전시는 김복신 작가가 세필로 표현한 섬세하고 동화적인 제주 숲의 모습을 선보인다.

김복신 작가는 세필을 사용해 점을 찍고 이미지를 겹겹이 쌓아 긴 시간에 거쳐 곶을 그려낸다. 이러한 공들인 작업 과정은 제주 사람들의 오랜 세월과 섬의 아름다움을 투영한다. 작가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숲의 색과 바람결을 특유의 감성으로 표현해 관람객들에게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작가는 "곶은 태고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낸 제주의 보물"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곶의 아름다움과 사라져 가는 제주 자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갤러리 벵디왓은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 1민속전시실과 2민속전시실 사이에 위치해 중앙정원과 뒤뜰의 사계절을 접할 수 있는 통로다. 특히 대관 공모를 통해 문화예술인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며, 제주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매달 새롭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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