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늦을 때마다 10만원씩 이자가 더 쌓입니다”
“우리가 해결해 줄게” ‘채무 조정 솔루션 업체’의 횡포, SNS 통해 불법 추심하는 대부업체들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지난해 말, 30대 싱글맘이 불법 대부업체의 악랄한 추심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돈을 빌린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홀로 아이를 키우던 고인을 공포로 밀어넣은 욕설과 협박이 섞인 추심 행태가 드러났다. 그러나 수면 위로 떠오른 이번 사연은 서막에 불과하다. 절벽 끝에 다다른 '제2, 제3의 싱글맘'은 전국 각지에 도사리고 있다.
불법 사금융 시장의 행태가 진화하는 모습이다. 일부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들은 규제의 '틈'을 노리고 있다. 법정 최고 금리를 낮추는 등 서민들을 옥죄는 불법 시장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무색하게도, 곳곳에서 감시망을 피한 행태로 인해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알아봤다. 최근 수사선상에 오른 업체들 혹은 사채업자와 관련한 서민들의 이야기다.

30대 싱글맘, 악랄한 추심에 목숨 끊기도
"10분 늦을 때마다 10만원씩 이자가 더 쌓입니다."
김은식씨(가명·52)의 살림살이는 지난해부터 팍팍해졌다. 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과일가게에 손님이 뚝 끊겼다. 3년여 전 어머니 명의로 가게를 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 전기요금 등이 밀리기 시작했다. 두어 달 밀린 공과금이 처음에는 큰돈이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덧 100만원 넘게 쌓였다. 그런 김씨에게 구원이었을까, 지옥의 문이었을까, 문자메시지 한 통이 때마침 왔다. '(국제발신) 비대면 대출. 당일 15~300. 텔레그램: ○○○'. 고민할 틈도 없었다. 김씨는 2월12일 텔레그램 대화창을 켰다. '용실장'이라는 사채업자를 여기서 알게 됐다. 6일 후인 2월28일 오후 1시 완납 조건으로 160만원을 빌리기로 했다. 그리고 돈을 갚기로 약속된 시각, 원금에서 18만원이 부족한 142만원만 부쳤다. 그러자마자 '10분에 10만원'이라는 메시지가 빗발쳤다. 지옥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초 계약 조건은 이랬다. 30만원을 빌리면 6일 후 54만원을 갚는 것이다. 원금이 30만원인데 6일 이자가 24만원이다. 하루 이자만 4만원, 한 달(30일 기준)로 넓히면 120만원이다. 연(年)으로는 1440만원이다. 48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이라는 이야기다. 160만원을 빌린 김씨의 경우 갚아야 할 금액만 288만여원에 달했다. 법정 최고 이자율인 연 20%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현행법상 대부업체는 물론 금융 당국 신고조차 없는 제도권 밖의 불법 사금융 업자도 법정 최고 이자율을 넘어서는 이자를 받을 수 없다. 개인과의 거래도 마찬가지다. 대부업자나 개인 등에게 내는 수수료와 사례금 또한 적용된다. 김씨가 용실장에게 보낸 총 172만원(30만원 추가)으로만 계산해도, 이미 연 450%(하루 기준 2만원, 연 720만원)로 이자를 낸 셈이다. 그런데도 채무 독촉은 시작됐다.
김씨는 금융 당국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두 아이가 자살을 시도하려는 아버지를 잡아준 뒤의 일이다. 그는 먼저 온라인 검색엔진 '구글'에 방법을 알아봤다. 그러던 중 불법 사금융 피해에 대응해 준다는 한 센터를 알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와 이름이 유사했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었다. 김씨가 문의한 센터는 알고 보니 일명 '솔루션 업체'였다.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문제 등을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김씨와 같은 채무자들에게 접근하는 업체였다. 실제로 해당 센터의 홈페이지에는 "센터는 불법 사금융, 불법 대부업자에게 피해를 보신 분들께 더 나은 선택과 대응 및 조치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헤쳐나가는 사람들"이라며 "내 가족, 주변, 지인들 소중관('한'의 오자) 인연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싶은 마음에 혼자 앓고 계신 분이 많지만 함께 한다면 더 무서울 것도 없다"는 안내글이 올라와 있다. 이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사기업'이다. 지난해에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네이버 주소록 공유해라"
"10분당 10만원씩 쌓인다"는 독촉 앞에 방도가 없었다. 김씨가 처음 생각한 금융 당국은 아니었지만 채무 조정에 나서준다는 솔루션 업체에라도 기대야 했다. 김씨는 '용실장' 한 건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업체에 15만원을 입금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 방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138만원을 용실장에게 더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 금액의 상환일은 3월26일. 이 역시 법정 이율을 뛰어넘는 수수료다. 용실장 측은 이런 상황에서도 김씨에게 추가 대출을 권했다. "30만원을 더 받으면 15만원은 제가 뒤로 일부 용돈을 드리겠다"면서다. 이때도 일주일 변제를 조건으로 걸었다. 금융 당국에 등록조차 되지 않은 사채업자들이 일주일 상환을 미끼로 수천에 달하는 이율로 '장사'를 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위반이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이러한 '꾼'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주변인들이 인질로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뿐 아니라 친구들, 가게와 거래하는 업체들의 정보도 사채업자에게 넘어갔다. '용실장'은 계약 당시 차용증을 손에 든 김씨의 얼굴 사진을 달라고 요구했다. 온라인 메신저 카카오톡에 저장된 김씨의 프로필 사진도 함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알려주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네이버에 접속하고, 당신 휴대전화에 저장된 주소록을 그 아이디로 된 저장함에 그대로 공유해 놔라"라고 김씨에게 강요했다. 휴대전화에 등록된 주변인들의 연락처를 고스란히 온라인 플랫폼 네이버를 통해 올려두라는 의미다. 사채업자가 김씨의 주변 인간관계 연락 수단을 쉽게 손에 넣은 배경이다. 이 역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을 위반한 행위다.
결국 김씨의 어머니는 "장기라도 팔아서 돈을 갚아라"라는 '용실장' 측 전화를 받고 쓰러졌다. 김씨의 남동생·여동생에게도 비슷한 취지의 문자메시지가 갔다. 거래업체들 역시 김씨의 채무 내역 등 신용 정보가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 특히 김씨가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마저도 수백여 명에게 전송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진을 올린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지난 3월, 김씨는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빗발쳤다. "그때만큼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업자가 주변인들에게 연락할 거라는 생각에 '해킹을 당했다'고 선수를 쳤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는 100여만원의 돈 때문에 사채에 손을 댔냐고 할 겁니다. 그 돈은 당시 숨통을 쥐고 펼 수 있을 만큼 큰돈이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3월31일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 중 하나로 저신용·저소득층에게 당일 최대 100만원을 즉시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을 '불법 사금융 예방 대출'로 이름을 바꿨다. 급전이 필요해 높은 이자를 감수하면서 소액 대출을 받은 서민들에게 불법 사금융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은 김씨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야 정부 제도를 알았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대부업체가 추심업체 운영하며 정보 넘겨
사용 중인 물품이 빚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다. 정수기, 텔레비전 등 각종 전자기기를 빌려 사용하는 대가로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렌털 계약'과 관련한 채권이다. 최근 사업자 혹은 일반 가정집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대신 연 단위의 렌털 계약을 맺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박경희씨(가명·40)도 마찬가지다.
2017년 여름, 박씨는 1년여간 운영한 옷가게를 정리했다. 수도권 임대료 인상 등 여러 사정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그는 갑작스레 폐업하면서 월세와 통신비 등을 제때 납부하지 못했다. 사업장에 비치된 정수기 렌털 비용도 마찬가지였다. 정수기는 2016년 2월 사업 시작 당시 60개월 약정으로 계약한 물품이다. 박씨는 뒤늦게 각종 고지서를 확인하고 월세와 통신비 등을 냈다. 그러나 정수기 렌털 비용은 생각도 못했다. 가게 정리 시 사업과 관련한 여러 계약도 해지한 만큼, 사업용으로 사용한 물품 건도 자연스레 정리된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매월 자동 이체되던 정수기 렌털 비용은 통장 잔고가 바닥나면서 미납되기 시작했다.
7년이 지난 2024년 가을, 박씨는 느닷없는 연락 한 통을 받았다. 그간 미납된 정수기 렌털 비용과 관련한 채권이 한 추심업체로 넘어갔다는 알림이었다. 박씨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채권 양도·양수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뒤늦게 금융감독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의 문을 두드렸다. 박씨는 여러 전문가의 이야기를 접하고서야 렌털 채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민법상 채권 소멸시효는 물품대여계약인지 금융리스계약인지에 따라 3년 혹은 5년이 된다. "정수기 대여계약은 물품대여계약이기 때문에 대여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라는 2013년 대법원의 판단에 비춰보면, 박씨의 채권은 이미 소멸된 셈이다.
박씨는 이와 관련해 "채권을 넘겨받은 업체는 그동안 밀린 렌털비 원금 80만원에 수수료 40만원을 더해 120만원을 달라고 한다"며 "그러나 이후엔 이자와 소송비 등을 명목으로 20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최후통첩까지 보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은 인천지방검찰청에, 인천지검은 직접 수사권이 있는 관할 소재지인 인천미추홀경찰서에 사건을 넘겼다.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 월 기준 최소 만원대에서 수십만원에 달하는 물품에 대한 계약 문제가 렌털 채권으로도 이어진 사례다. 비금융 렌털시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른바 '숨은 빚'으로 불린다. 소비자들이 연 단위로 계약하는 렌털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전문 감독기관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채무자 개인정보 조회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대부업체 대표가 별도로 추심업체를 설립하고, 대부업체에서 조회한 채무자 정보를 '계열사'와도 같은 추심업체에 넘긴 사례다. 이 추심업체가 박씨의 렌털 채권을 넘겨받았다는 그 업체다. 이곳은 대전광역시에 거주 중인 신성식씨(가명·50)를 비롯해 일부 금융 취약계층의 렌털 채권을 소유하고 있다.
신씨의 사례도 박씨와 유사하다. 신씨는 2021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금융부채를 포함해 정수기 등 물품에 대한 렌털 비용 등 모든 빚이 연체됐다. 이후 3년이 흐른 2024년 12월 렌털 채권을 넘겨받은 업체는 원금 131만5600원에 이자 78만6332원을 내라고 요구한 상황이었다. 업체는 동시에 신씨를 비롯한 일부 채무자의 개인정보를 대부업체를 통해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렌털 채권 추심을 위해 추심업체가 사실상 모회사 격인 대부업체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셈이다.
금융 취약계층은 금전적 문제 등의 이유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직접 나서기 힘든 상황인 경우가 다반사다. 수사기관, 나아가 사법부의 판단을 받기도 전에 30대 싱글맘처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있는 이유다. 그래서 신씨 등의 사례를 알게 된 시민단체가 이들을 대신해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최근 수사를 시작했고, 금융감독원도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업체 측은 이와 관련해 "합법적인 업무의 일환"이라며 혐의를 반박했다(시사저널 4월4일자 「[단독] 경찰, '채무자 정보 불법 조회' '부실채권 매입' 대부-추심업체 수사 본격화」 기사 참조).

"정부-민간-지자체 등 사회적 안전망 필요"
통계 수치를 보면 이러한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금융 당국에 접수된 피해 신고·상담 건수가 여전한 게 단적인 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공개한 '2024년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상담 실적'을 보면, 지난해 피해 신고·상담 건수는 모두 6만3187건(피해 신고 1만5397건, 단순 문의 상담 4만779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응·조치된 경우는 스팸 문자메시지 등 불법 광고 차단 2만5443건, 미등록된 불법 사금융 대부 행위와 불법 채권 추심 등에 대한 수사 의뢰 등 498건이다. 이 밖에 불법 사금융 피해 예방 대출 등 서민금융상품 1500건, 불법 채권 추심 등 피해자에 대한 피해 구제 관련 채무자 대리인 3001건에 대한 조치도 이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업 등록 기준 상향, 불법 사채업자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7일 반사회적 대부 계약을 원천 무효로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 사각지대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기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1982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주로 감독·검사 등의 업무를 맡았다. 1990년대 IMF 외환위기 때 생긴 통합감독원에서는 감사 업무·감독 총괄 검사뿐 아니라 대부업에 대한 업무도 담당했다.
안 원장은 △정부가 개인신용평가 하위 10% 미만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액대출 등을 유형별로 확대하고 △민간에서의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며 △지방자치단체의 긴급 생계자금 지원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긴급 생계자금이 필요한 지역주민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펀드를 조성한 전남 영암군의 사례가 있다"며 "지금으로선 정부만이 현 제도를 개선하거나 다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그에 더해 지차제별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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