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대에 대선 후로 밀린 개헌... "내란 종식이 먼저"

박세인 2025. 4. 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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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구조 개편 필요하지만 "논쟁만 격화"
국민투표법 해결돼도 "5·18 전문·계엄 요건만"
정치권, 권력공백기 개헌 "지금이 골든타임"
우 의장 "임기 초 블랙홀, 임기 말 레임덕" 지적
대선 후 신속히 진행… 文 정부 무산 반복될라
개헌 주장 대선주자들도 "로드맵 제시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정다빈 기자

조기 대선에 맞춰 추진하던 개헌이 물 건너갔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대선과 개헌 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전날 제안을 거절하면서다. 이 대표는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내란 극복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한 개헌의 핵심내용은 차기 정부에서 다룰 사안이라는 것이다.

불법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이 대표를 제외한 여야 주요 인사들과 정치 원로들은 한목소리로 개헌을 주문해왔다. 국민 여론도 개헌에 호응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치고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다. 특히 우 의장은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물꼬를 터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키를 쥔 이 대표가 시기를 늦추자고 거부하면서 개헌은 동력이 급속히 떨어질 처지에 놓였다.


"대선후보 약속, 공약대로 개헌" 권력구조 개편은 뒤로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고 밝혔다. 개헌은 조기 대선 이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을 뒤로 미뤘다. 이 대표는 “5년 단임제라는 기형적 제도 때문에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레임덕이 시작된다”며 개헌의 초점인 대통령 임기 문제는 인정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이슈로 불거질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제 도입, 결선투표제 등은 결과는 못 내면서 논쟁만 격화되는, 어쩌면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들이 약속하고, 개헌을 공약대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 이유로 국민투표법 개정을 들었다.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의 경우 사전투표나 재외국민투표 같은 예외적인 투표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아 유권자가 참여할 수 없다. 다만 이 대표는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5·18 광주정신 헌법전문 게재, 계엄 요건 강화 정도는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헌 범위를 제한했다.

우 의장이 전날 담화에서 “여야 정당 지도부와 여러 차례 논의했다” “공감대가 굉장히 넓은 것 같다”고 자신했지만 이 대표의 이날 발언으로 무색해졌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대선 출마 계획이 있는 이 대표가 권력구조 개헌에 나선다면 개인 욕심으로 비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 적기' 권력공백 놓친 정치권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탄핵에 따른 현재의 권력 공백기를 권력구조 개편의 적기로 꼽아왔다. 과거 수차례 개헌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무산된 탓이다. 우 의장이 “대통령 임기 초에는 개헌이 국정의 블랙홀이 될까 주저하고 임기 후반에는 레임덕으로 추진 동력이 사라진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여야 원로들이 주축인 헌정회와 전직 국회의장들이 화두를 던지고, 이 대표를 제외한 대권 주자들이 임기 단축을 비롯한 저마다의 개헌 구상을 밝히며 여론을 조성해왔다. 이 대표가 “복잡한 문제는 대선이 끝난 후 최대한 신속하게 하자”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향후 개헌을 기대하긴 불투명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임기 초인 2018년 개헌안을 내놓고도 무산된 전례가 있다.

개헌을 늦추려는 이 대표의 입장 표명에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지금이 정치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민주주의 회복을 원한다면 필요한 건 권력 구조의 대수술"이라고 압박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한마디로 개헌은 ‘나중에, 나중에’ 하고 의회독재에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까지 다 휘둘러 보려는 속셈”이라며 “언제, 어떻게 개헌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김부겸 전 총리는 “개헌과 내란 종식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개헌 로드맵만큼은 분명히 제시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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