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속도전… 李 사실상 거부, 국힘은 "환영"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5. 4.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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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 이후 신속히"
민주 강경파, 李에 영향 준듯
비명계 "내란종식·개헌 함께"
권영세 "대선·개헌 동시 진행"
국힘 잠룡 일제히 개헌론 동참
당 개헌특위서 권력구조 논의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제안한 개헌 방식에 대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7일 상당한 온도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동안 준비했던 자체적인 개헌안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우 의장 제안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대통령 선거와 함께 국민 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대선·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우 의장 뜻에 힘을 실은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우 의장의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선을 다해 국민투표법 개정에 노력하겠다"면서도 "일부 정치 세력이 기대하는 것처럼 개헌 문제로 논점을 흐리거나 내란을 덮으려는 시도는 해선 안 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헌 불가론'이 퍼지자, 이 대표 입장이 주말 사이에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이 대표는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된 개헌은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제, 결선투표제, 자치분권 강화, 국민 기본권 확대 등은 논쟁의 여지가 큰 사안"이라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각 대선 후보가 국민과 약속하고, 대선 이후 신속하게 공약에 따라 개헌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권력구조 개편이 아닌 '원포인트 개헌'에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표는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방안이나, 계엄 요건을 강화해 군사 쿠데타를 방지하는 내용은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부분은 국민투표법이 개정돼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해진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개헌 논의에 선을 긋는 배경에는 민주당 내에서 퍼지는 '반(反)개헌 정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금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고, 남은 기간도 60일 남짓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언주·전현희 최고위원도 개헌 추진에 대한 우려를 함께 표했다.

반면 비이재명(비명)계 대권 주자들은 일제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우 의장의 '대선·개헌 동시 투표' 제안에 적극 동의한다"며 "이번 조기대선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선거이며, 개헌은 그 관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과 내란 종식은 동전의 양면이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권 잠룡들은 일제히 개헌론에 동참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는 시대 교체를 반대하는 '호헌세력'임을 보여줬다"며 "대선이 끝난 후에 하겠다는데,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개헌 시 '헌법재판소 폐지'를 들고나왔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헌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헌법재판관 몇 명이 힘을 합쳐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게 맞느냐"며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도 아직 구성되지 않은 만큼 조기대선·국민투표 동시 진행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적어도 대선일 38일 전까지는 국회 개헌특위가 합의된 개헌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개헌특위에서는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한을 배분하자는 입장이 논의 중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개헌특위 위원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우 의장이 동의하면 (국회 개헌특위 구성은)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개헌특위 구성 논의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준비와 개헌 논의 모두 내란 종식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금, 당 차원에서 조속히 개헌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자경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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