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일정표'에 현대로템 사장 미팅...정치후원금 기부도 첫 확인

봉지욱 2025. 4. 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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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앞서 국내 방위산업 대기업 현대로템이 7,100억원에 달하는 신규 고속철 사업 낙찰 직후 민간인 명태균 씨에게 "은혜를 잊지 않겠다"며 감사를 전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어 명 씨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현대로템 이용배 대표를 직접 만날 거라고 언급한 육성도 처음 공개했다. 

현대로템 측은 명 씨와 김영선 의원이 자신들의 사업과 관련해 도움을 준 기억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뉴스타파는 김영선 의원이 2022년 6월 22일부터 2024년 5월 27일까지 약 2년 동안 활동한 내역이 담긴 '일일 일정표'를 입수했다. 일정표에 따르면 현대로템 사장과 임원들은 명태균 씨와 김영선 의원을 다섯 차례에 걸쳐 만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의 반복적인 만남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더해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명태균 PC'에도 방산 대기업 특혜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선 일정표’에 기록된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팅

김영선 의원 일정표에는 명태균 씨와 김 의원이 마치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 대기업 임원들을 수시로 만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대로템과는 다섯 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되는데 구체적인 만남 일자는 2022년 9월 27일, 10월 11일, 10월 19일, 10월 20일, 2023년 12월 22일이다. 현대로템 측과 김영선 의원실의 만남은 주로 2022년 9월과 10월에 집중됐다. 

▲'김영선 일정표'에서 확인된 현대로템 사장 및 임원과 김영선, 명태균 만남 날짜

이들이 처음 만난 2022년 9월 27일은 현대로템이 신형 KTX 열차인 EMU-320 출고 기념 행사를 연 날이다. 

이로부터 보름 뒤인 2022년 10월 11일, 김영선 의원과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가 백리향이라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한 사실이 '일정표'에 나온다. 이곳은 여의도 63빌딩 57층에 위치한 중식당 ‘백리향’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사실은 앞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명태균 녹음파일 내용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명태균 씨가 “오늘 저녁 현대로템 대표를 만날 것”이라고 지인에게 전화로 말한 날도 2022년 10월 11일이었다. 따라서 이날 저녁 이용배, 김영선, 명태균 세 사람이 저녁 식사를 한 것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저녁 식사 8일 후인 2022년 10월 19일, 김영선 의원과 보좌진들은 현대로템의 K2전차 폴란드 수출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강혜경(김영선 의원 비서관): 선배님 점심 드셨습니까?
●이○○(김영선 의원 비서관): 로템 행사장 가갖고 빵쪼가리들 많이 집어 먹었어요.
- 강혜경-이○○ 비서관 통화 녹취록(2022.10.19.)

다음 날인 10월 20일에도 김영선 의원이 현대로템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이 또한 보좌진 간의 통화 녹음을 통해 교차로 확인되는 사실이었다. 

●이○○(김영선 의원 비서관): 내일도 제가 또 로템에 가야 돼요. 오전에. 그래 가지고 우리 조○○국장님한테는 말씀드려놨는데, 지금 들어가서 오후에 좀 쉬고, 내일도 어차피 로템을 가야 돼가지고 오후에 또 쉬는 걸로 그렇게 좀 이제 해야 할 것 같아요.
- 강혜경-이○○ 비서관 통화 녹취록(2022.10.19.)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김영선 만난 뒤 두 차례 정치후원금 기부 

2022년 9월부터 10월까지 연이은 4번의 만남 끝에, 현대로템 이용배 대표가 김영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첫 후원금은 100만원, 날짜는 2022년 11월 9일이었다. 

후원금 기부 보름 뒤인 2022년 11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창원으로 내려와 현대로템 공장을 방문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듬해인 2023년 9월 17일에도 이용배 대표가 김영선 의원에게 1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두 차례 후원금 영수증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견했는데, 기부자의 성명과 주소가 이용배 대표의 회사 등기부등본상 임원 주소와 정확히 일치했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의 김영선 의원 정치후원금 영수증

두 번째 후원금이 건네진 2023년 9월은 현대로템이 폴란드 철도차량 제조사 네박과 함께 폴란드 고속철 사업 양해 각서를 체결한 때였다. 후원금과 이 사업이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대로템 반론, "김영선 의원과 두 번 만났지만 사업 로비한 적 없다"

일련의 의혹에 대해 현대로템 측은 "2022년 9월 신규 고속철 출고 행사에서 이용배 대표와 김영선 의원이 처음 만났고, 이때 김영선 의원 측의 식사 요청으로 2주 후에 국회 앞 식당에서 식사를 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로는 김영선이나 명태균을 만난 적이 없으며, 이들에게 사업 로비를 하거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에 있는 기업을 합법적으로 챙긴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정부 계약과 해외 수출을 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필요한 대관 활동일 수 있다. 

김영선 일정표와 통화 녹음파일을 종합하면, 명태균과 김영선은 현대로템과 수시로 연락하며 만났다. 

또 ▲현대로템과 김영선 의원의 만남 과정을 민간인 명태균 씨가 주도한 사실 ▲공교롭게도 현대로템이 7,100억원이라는 거액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 사업을 따내고 민간인 명태균에게 감사를 표시한 사실 ▲김영선 일정표의 만남 횟수(5회)와 현대로템의 설명(2회)이 어긋나는 사실 등은 이들이 정상적인 만남을 넘어서 '부당 거래'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명태균 PC에도 이들이 긴밀하게 소통한 흔적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명태균 PC를 압수해 관련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는 방산 대기업 특혜 정황 뒤에 'VIP'가 언급되는 대목도 나와 있었다. 

하지만 창원지검은 방산 대기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어떠한 수사도 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뉴스타파 이슬기 fellow-s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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