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경영 <3> '돈 룩 업(Don't Look Up)'에서 배우는 경영 전략] 기후플레이션 외면 안 돼…장기 기후 정책 수립해야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 아열대 기습 한파를 비롯해 지구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폭우와 홍수 등이 이어지며 지구촌이 기후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토 중 아열대기후대 비율이 2021년 6.3%에서 2050년에는 55.9%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후 위기는 농작물의 재배 환경을 변화시켜 식량 가격을 올리고 나아가 에너지,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기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 한다.
애덤 맥케이(Adam McKay) 감독의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2021)’은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을 발견한 과학자가 충돌 위험을 경고하지만, 정치권과 언론, 기업 그리고 대중이 무관심하거나 현실을 왜곡한 결과, 인류가 파멸하는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이 영화는 진실을 외면한 채 보고 싶은 것만을 믿으며 위기를 방치할 때 초래되는 사회· 경제적 비용을 풍자한다. 이 영화를 통해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기후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경고를 외면하는 사회
영화는 미시간 주립대 박사과정에 있는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런스)가 혜성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지도 교수인 랜들 민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는 혜성이 6개월 후 지구와 충돌하고, 인류는 멸종할 운명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 엄청난 발견을 알리고 인류를 구하려는 노력은 정치적 이해관계, 언론의 왜곡, 기업의 이기심, 대중의 무관심 속에 무산된다.
이러한 장면은 기후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경고해 온 위기와 닮아 있다.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기온과 해수면의 상승, 이상기후 현상의 증가가 인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책 결정자와 기업,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예를 들어, 2022년 유럽과 미국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동안, 엑손모빌(ExxonMobil)과 셰브런(Chevron)은 화석연료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탄소 감축을 위한 일부 투자도 있었지만, 두 기업의 화석연료 중심 전략은 기후 위기 대응에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의 무책임과 정책 실패
영화에서 가장 황당한 장면은 미국 정부가 거대 테크 기업 배시(BASH)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이셔웰(마크 라일런스)의 개입으로 혜성 파괴를 위한 핵미사일 발사 계획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이셔웰은 혜성에 매장된 희귀 광물을 채굴해 막대한 부를 챙길 계획을 세우고, 대통령 올린은 정치자금 후원자인 이셔웰과 결탁해 혜성 충돌의 위험을 오히려 국가 성장의 기회로 포장하며 대중을 호도한다.
현실에서도 정부가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해 기후 위기 대응을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탄소세(Carbon Tax) 논쟁이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정책이지만, 정치적 반발과 경제적 이해관계에 막혀 도입이 지연되는 사이, 탄소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브라질의 아마존 개발 정책도 마찬가지다. 2019~2021년, 브라질 정부는 경제 발전을 이유로 삼림 벌채를 허용했지만, 결국 생태계 파괴와 공급망 불안을 초래했다. 단기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장기적으로 더 큰 경제 손실을 가져온 것이다.
미디어와 대중의 인식 문제 : '돈 룩 업' vs '룩 업'
정부가 혜성의 위험을 은폐하는 동안, 미디어도 진실을 왜곡한다. 케이트는 TV 토크쇼에서 절박한 목소리로 “우리는 모두 죽을 거예요!”라고 외친다. 그러나 진행자는 “그렇게 심각하게 가지 말자(Keep it light, keep it fun)”며 가볍게 넘긴다. 이후, 혜성 충돌 경고는 단순한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혜성의 존재 유무를 두고 쓸모없는 논쟁이 벌어진다.
현실에서도 폭염, 산불, 홍수 같은 기후 이변이 계속 발생하지만, 일부 언론은 이를 단순한 ‘날씨 뉴스’ 정도로 다룬다.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보다는 기업 부담과 단기 물가 상승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이 대표 사례다. 2023년, EU는 탄소 과다 배출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CBAM을 시범 도입했다. 그러나 철강·시멘트·전력 가격이 급등하자, 언론은 이를 ‘과잉 환경 규제’로 몰고 갔다. 식량 위기도 마찬가지다. 2023년, 인도와 중국이 밀과 쌀 수출을 제한하자,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핵심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였지만, 언론은 이를 무역정책 변화로 축소해 시장의 단기적 반응만 부각시켰다.
영화에서는 혜성에 대해 두 개의 주장이 대립한다. 정부와 기업은 ‘돈 룩 업’을 외치며 현실 외면을 유도하지만, 과학자와 일부 시민은 ‘룩 업(Look Up)’하라며 진실을 알리려 한다. 이러한 대립 역시 현실과 닮았다. 과학자는 기후변화가 경제와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경고하지만, 정치권과 기업은 이를 부정하거나 경제성장 둔화를 이유로 정책을 후퇴시킨다. 그 결과, 문제 해결은 미뤄지고, 우리는 여전히 ‘혜성이 존재하는가’라는 식의 소모적 논쟁에 갇혀 있다.
기후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전략을 찾는 기업
탐욕스러운 이셔웰의 채굴 계획이 실패하자 지구는 혜성과 충돌하고 인류는 멸망한다. 이 장면은 단기 이익만을 좇는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기업은 기후 위기에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의 탄소 중립 전환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도입과 제품 원료의 100% 재활용 소재 대체를 추진 중이다. BMW와 폴크스바겐은 리튬과 니켈 가격 급등에 대응해 나트륨 기반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스위스 스타트업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DAC(Direct Air Capture) 기술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저장함으로써 기업의 탄소 배출과 탄소세 부담을 줄이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 위기를 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도입하는 기업은 기후플레이션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돈 룩 업'을 넘어, '룩 업'할 때
지구 멸망의 날, 랜들과 가족, 친구들은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혜성 충돌로 창밖의 하늘이 붉게 물들고, 땅이 흔들리는 가운데 그들은 기도하며 삶에서 소중했던 것을 되새긴다. 담담한 표정으로 “We really did have everything, didn’t we?(우리는 정말 부족한 것이 없었지?)”라고 말하는 랜들의 말에는 정치권의 탐욕, 기업의 이기심, 미디어의 왜곡, 대중의 무관심 속에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깊이 배어 있다.
영화 속 인류는 결국 ‘돈 룩 업’을 외치며 현실을 외면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기후플레이션이 경제에 큰 충격이지만, 지금 대응하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 구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장기적인 기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마케팅 수단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대중도 기후플레이션을 생존과 직결된 현실로 인식하고, 눈앞의 이익보다 다가오는 위기의 본질을 봐야 한다. 기후플레이션의 현실을 외면한 채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영화 속 인류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룩 업’하고 변화를 만들 것인가. 그 선택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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