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대통령은 누구인가? [아침을 열며]

2025. 4.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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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설문조사 기관과 역사학자들이 진행하는 역대 대통령 역량 평가가 있다.

소통 능력, 위기대응 리더십, 경제 운영, 도덕성 및 청렴성, 국제관계, 행정관리 능력, 비전과 정책의제 설정, 입법부와의 관계, 법치와 정의구현, 시대적 상황 속 성과 등 10개 항목에 대한 점수를 종합해 "역대 최악의 대통령" 순위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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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대통령들의 명확한 공통점
대통령 평가 기준, 논란 있지만
헌법 제84조 의미 되새길 필요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대통령 탄핵사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는 4일 오전 11시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뉴스1

미국에서는 설문조사 기관과 역사학자들이 진행하는 역대 대통령 역량 평가가 있다. 소통 능력, 위기대응 리더십, 경제 운영, 도덕성 및 청렴성, 국제관계, 행정관리 능력, 비전과 정책의제 설정, 입법부와의 관계, 법치와 정의구현, 시대적 상황 속 성과 등 10개 항목에 대한 점수를 종합해 "역대 최악의 대통령" 순위를 발표한다. 2024년 US News and World Report에 따르면, 최악의 대통령들은 모두 국가 위기상황에 잘못 대처하거나 국민분열을 초래했으며 민주공화정을 위태롭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악으로 평가된 제임스 뷰캐넌은 1850년대 노예제 갈등을 방치, 미국을 남북전쟁이라는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차악인 앤드루 존슨은 남북전쟁 직후 재건 시대에 의회와 충돌하고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의 권리 신장을 가로막아 최초로 탄핵소추된 불명예를 안았다. 프랭클린 피어스도 노예제 문제에서 우유부단한 태도로 분열을 방치, 최악의 반열에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1기)는 2020년 대선 패배 불복과 부정선거 주장, 의회 난입 사태로 미국 민주주의에 큰 상처를 남기고 국민을 극심하게 분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지 워싱턴, 테어도어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등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 통합을 이룬 인물들이다.

"대통령은 두 번 평가받는다. 재임 기간과 역사의 법정에서"라는 말이 있다. 당대에 인기를 얻지 못한 대통령들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대통령제 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 핵심적 이유는 단임제 대통령이나 재선이 불가한 대통령은 직무에 충실해야 할 동기가 약하다는 점이다. 은퇴 시점까지 이어지는 장기계약을 체결한 프로 스포츠 선수가 계약 후 나태해질 수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결국 선수 자신이 명예의전당 입성을 고려해야만 연습과 경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처럼, 퇴임과 함께 정계를 은퇴하는 대통령도 역사의 평가를 의식해야 국정에 충실하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갤럽의 2023년 11월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노무현(+55%), 김대중(+54%), 박정희(+36%), 김영삼(+10%)을 공(功)이 더 많은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반면 전두환(–53%), 박근혜(–45%), 노태우(-28%), 이명박(-22%), 이승만(-10%), 문재인(–8%) 순으로 과(過)가 더 많다고 응답했다. 문민정부를 출범시키고 하나회를 청산한 김영삼 대통령은 외환위기에 따른 국가부도 위기 때문에 큰 감점을 받았으며, 전두환은 민주공화정을 파괴하고 5·18이라는 국가범죄를 저지른 것이 다른 모든 성과를 압도했다.

물론 역사의 평가, 국민들의 평가, 여론의 평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헌법 제84조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대통령 재임 중 형사소추 요건으로 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다행스럽게도 최악의 대통령을 판단하는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공한다. 헌법이 대통령의 내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대통령 권한이 헌법에 제한되고 입법부·사법부와 공존해야 함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특권을 남용하여 다른 헌법기관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드는 대통령은 재임 중이라도 즉시 면직되어야 할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헌법은 미리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박종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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