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보다 나은 보상선수' 표승주의 첫 챔프전

양형석 2025. 3. 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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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첫 챔프전 진출해 흥국생명과 격돌

[양형석 기자]

31일부터 시작되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은 '배구여제'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로 배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과 일본, 튀르키예, 중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을 높인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재미 있는 사실은 김연경의 20년 프로 생활 중에서 국내에서 활약한 기간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8시즌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연경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서 활약한 8시즌 동안 한 번도 챔프전 무대를 밟지 못한 적이 없다. 다시 말해 김연경에게 챔프전은 국내에서 리그를 소화하면 당연히 치러야 하는 일종의 '연례 행사'였던 셈이다.

김연경처럼 V리그에서 활약했던 매 시즌 챔프전 무대를 밟았던 선수도 있지만 챔프전은 결코 아무나 갈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13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한 정관장에서도 박은진과 정호영, 박혜민 등 여러 선수들이 데뷔 후 첫 챔프전을 경험한다. 그리고 지난 2010년 프로무대에 데뷔했던 표승주 역시 4개 구단을 거친 끝에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됐다.

두 번의 이적에도 닿지 못한 챔프전 무대
 기업은행의 토종에이스였던 표승주는 작년 4월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정관장 유니폼을 입었다.
ⓒ 한국배구연맹
2010-2011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신생구단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3개 학교의 졸업생을 우선 지명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기업은행은 김희진의 중앙여고와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남성여고, 최은지(흥국생명)의 선명여고를 선택했다. 그리고 표승주는 3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입단했다.

여고배구의 양대산맥 김희진과 박정아를 지명한 기업은행은 2010-2011시즌에 참가하지 않았고 표승주는 루키 시즌 19경기에서 87득점을 기록하면서 무난하게 신인왕에 선정됐다. 도로공사에서 4시즌 동안 활약한 표승주는 붙박이 주전 자리를 꿰차진 못했지만 아웃사이드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 때로는 미들블로커까지 소화하면서 '멀티 플레이어'로서 재능을 뽐냈다.

하지만 2013-2014 시즌이 끝나고 도로공사에서 FA 정대영을 영입했고 GS칼텍스 KIXX가 표승주를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이적 첫 시즌 30경기에서 181득점을 기록한 표승주는 2015-2016 시즌 369득점과 함께 리시브 효율 41.26%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소영과 황민경(이상 기업은행)이 주전으로 활약한 2016-2017 시즌엔 다시 벤치로 밀려나고 말았다.

2017-2018 시즌 발목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18경기 출전에 그쳤던 표승주는 2018-2019 시즌 건강하게 복귀해 29경기에서 251득점을 올리며 건재를 보여줬다. 2018-2019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표승주는 주전으로 꾸준히 활약하기를 원했고 박정아와 고예림(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차례로 이적하면서 아웃사이드히터가 약해진 기업은행과 계약했다.

이적 첫 시즌 20경기에서 226득점을 기록한 표승주는 2020-2021 시즌 28경기에서 267득점을 올리며 기업은행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기여했다. 여름에는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한국의 4강멤버로 활약했다. 2021-2022 시즌 31경기에서 357득점을 올리며 FA자격을 재취득한 표승주는 계약기간 3년 연봉2억5000만원, 옵션 3210만원의 조건에 기업은행에 잔류했다.

보상선수 이적 후 첫 시즌에 챔프전 진출
 표승주는 정관장 이적 첫 시즌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챔프전 무대에 서게 됐다.
ⓒ 한국배구연맹
표승주는 기업은행과 두 번째 FA계약을 맺은 2022-2023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34.77%의 공격성공률로 529득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득점 랭킹 전체 7위에 국내 선수로 한정하면 669득점을 기록한 김연경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표승주는 2023-2024 시즌에도 434득점을 올리며 기업은행의 토종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2020-2021 시즌을 끝으로 3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정관장의 플레이오프행을 이끈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계약기간 3년 총액 21억 원을 주고 영입했다. 표승주와 황민경,육서영까지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이 많아진 기업은행은 표승주를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정관장이 이소영의 보상 선수로 표승주를 지명했다.

박혜민, 이선우 등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표승주는 정관장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정관장은 이번 시즌 메가왓티 퍼티위와 반야 부키리치가 공격을 양분했기 때문에 표승주의 공격 비중은 기업은행 시절에 비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대신 34.66%(1056회 시도)의 리시브 점유율을 책임지면서 '쌍포'가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표승주는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34.04%의 성공률로 17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 29일 3차전 경기에서 27.16%의 리시브 점유율과 함께 11개의 디그를 기록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관장의 승리에 기여했다. 그렇게 정관장은 현대건설을 2승1패로 꺾으며 13년 만에 챔프전 티켓을 따냈고 표승주도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첫 챔프전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기업은행이 21억 원을 투자하며 영입한 이소영은 이번 시즌 34경기에서 69득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악의 성적에 그쳤다. 반면에 표승주는 정규리그 33경기에 출전해 277득점을 올렸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한결 같은 활약으로 정관장의 챔프전 진출에 기여했다. 적어도 이번 시즌 만큼은 표승주가 'FA보다 나은 보상 선수'로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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