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잔] 정관장의 든든한 새 주장 박지훈 “꼭 플레이오프 가고 싶어요”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2월 13일에 진행됐습니다.
점프볼 표지는 처음인데 촬영해보니 어떤지?
처음 점프볼 표지 모델로 선정됐다고 들었을 때 기뻤다. 농구계에서 점프볼이 알아주는 매체가 아닌가. 표지 모델은 처음이라 더 기분 좋았다. 팀이 하위권에 있다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서 표지로 써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올 시즌 팀이 부진하다가 반등에 성공했다.
선수단 모두 플레이오프에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크다.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오는 것 같아서 다들 신나게 농구하고 있다. 재밌게 플레이하다 보니 팀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힘든 상황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변)준형이, (한)승희가 상무에서 돌아왔고, 외국선수가 바뀌었다. 또, 트레이드가 있었다. 이후 좋은 분위기로 가고 있어서 이전의 힘듦은 다 잊어버렸다. 오히려 좋은 에너지 받고 뛰면서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졌다.
정관장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국내선수와 외국선수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부분이 제일 크지 않았나 싶다. 외국선수가 바뀌면서 팀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이전 외국선수들이 못했다는 게 아니라 국내선수들과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 KCC로 이적한 캐디 라렌은 다른 선수가 된 것 같은데?
라렌이 잘하는 걸 보며 ‘내가 잘 살려주지 못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보다는 KCC와 더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외국선수는 국내선수 구성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지금 라렌이 잘하고 있어서 나도 기분 좋다.
시즌 중반 주축 멤버들이 많이 바뀌면서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게 없지 않아 있었다. 마침 한창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시즌을 계속 치러야 했기 때문에 최대한 좋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던 선수들과 고참 형들이 잘해주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빠르게 분위기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주축 멤버로 함께 뛰었던 정효근, 최성원이 팀을 떠났는데?
지난 시즌부터 고생만 하다가 간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 지난 시즌부터 이번 시즌 중반까지 힘든 시기를 다 겪었다. (최)성원이는 내가 같이 뛰면서 도움을 많이 주지 못했던 것 같다. (정)효근이 형도 원하는 방향이 있을 텐데 포인트가드로서 맞춰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새 외국선수 디온테 버튼과 조니 오브라이언트 효과는?
공격을 같이 해주니까 좋다. 그동안 혼자 공을 갖고 플레이하느라 힘들었는데 버튼과 오브라이언트 모두 드리블 능력이 있고, 일대일 능력도 뛰어나다. 심지어 슈팅도 좋다. 내가 해야 될 역할을 나눠서 해주니까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 국내선수가 살아나서 다행이지 않나 싶다. 심지어 수비도 정말 열심히 한다. 덕분에 속공이 더 나오고, 수비에서 안정감이 생겼다.
에너지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기든 지는 에너지 레벨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고 있어도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에너지 레벨이 생겨서 긍정적이다. 무기력 한 모습이 아닌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김종규가 복귀하면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것 같은데?
(김)종규 형이 올 시즌에는 부상 중이지만 지난 시즌 경기를 보면 정말 높고, 슈팅이 좋다. 수비에서도 분명 강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종규 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외국선수들과 호흡만 잘 맞추면 팀에 보탬이 될 거다. 달릴 수 있는 빅맨이라 우리 팀과 잘 맞을 것 같다.
변준형의 컴백도 기다려질 것 같다.
휴식기가 끝나면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준형이가 돌아오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지금 멤버 구성이 준형이에게도 더 잘 맞을 것 같다. 편하게 농구할 수 있어서 기대감이 크다.
솔직히 3라운드까지만 해도 많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원주) DB, KCC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CC, DB를 만날 때마다 모든 선수들이 전투에 나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플레이오프를 위해서는 매 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빵글이 아빠? 저도 모르게 힘이 나요”
팀 경기력과 더불어 최근 박지훈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즌 중반 DB로 이적한 정효근을 대신해 주장을 맡았다. 첫 주장을 맡은 그는 훌륭히 팀을 이끄는 중이다. 정관장은 새 주장 박지훈을 위해 3월 8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지미 캡틴 데이’를 개최한다. 더불어 예비 아빠가 되는 경사를 맞이했다. 태명은 빵글이로 오는 7월 출생 예정이다. 빵글이 이야기를 꺼내자 박지훈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확실히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너무 감사하다. 나 스스로도 이번 시즌 중반부터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나 때문에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한 적도 있다. 이런 걸 보면 아직 멀었다. 아직 에이스라는 단어를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 기분은 좋지만 더 성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자신 있게, 생각 많이 하지 않고 던지려고 한다. 요즘 플레이가 잘 풀리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면서 3점슛 성공률이 올라간 것 같다.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다. 3점슛 성공률은 신경 쓰고 있는데 올 시즌 잘 들어가서 다행이다. 앞으로 이렇게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균 기록 12.7점 4.4리바운드 5.3어시스트 1.7스틸로 커리어하이 페이스인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기록이 지금보다 떨어져도 팀에 플레이오프에 간다면 모든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개인 기록은 크게 생각 안 한다. 기록을 의식하다보면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명이 욕심을 가지면, 다른 선수들도 욕심이 생기고 그럼 팀이 와해된다. 팀이 잘 나가면 개인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본다.
시즌 중 갑작스럽게 주장을 맡았다.
많이 당황스러웠다. 주장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맡게 됐다. 팀이 힘든 시기에 주장이 되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 정말 고민 많았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믿어주시고 팀에서도 믿음을 주셨다. 선수단부터 지원 스태프까지 힘을 줘서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배우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한다.
내가 목소리를 낼 때 힘이 있으려면 먼저 솔선수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말 한 마디를 해도 동료들에게 전달이 될 수 있다. 예전에 (양)희종이 형을 보고 많이 배웠다. 희종이 형은 짧은 시간을 뛰더라도 코트에 들어가면 존재감이 컸다. 최고참이 수비에서 몸을 던지는 걸 보며 선수들은 큰 영향을 받는다. 나도 이런 부분에서 솔선수범해야 된다.
주장으로서 고충이 있다면?
아직은 없다. 팀이 하나로 뭉쳐서 갈 수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말을 듣지 않는 선수도 없다. 모두가 서로 도와주고 있어서 내가 주장이지만 도움을 많이 받는다. 선수들 다 열심히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3월 8일 캡틴 데이를 앞두고 있는데?
캡틴 데이가 10개 구단 중 우리 팀밖에 없다. 특별한 문화라고 생각하고, 자부심도 느낀다. 항상 희종이 형의 캡틴 데이를 보다가 내가 하려니까 살짝 부담된다. 매 시즌 캡틴 데이가 중요한 경기라 이 악물고 뛰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내 캡틴 데이라고 하니 이것만큼 부담 되는 게 없을 것 같다.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 동료들이 다 같이 해줘서 이기면 좋을 것 같다. 이겨서 재밌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에 있는데 아내가 편의점에서 뭐 좀 사달라고 하더라. 내려갔다가 올라오니 ‘아빠 축하해요’라는 문구를 적어 놨다. 그걸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지금도 너무 좋다. 어디 갈 때마다 아내가 소중하고 더 아껴줘야 될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태명을 빵글이로 지은 이유는?
아내와 둘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태어나면 뱀띠라서 네이버에 뱀띠 태명을 계속 찾아봤다. 그러던 중 아내가 밝고 환하게 웃으면서 자라라는 의미로 빵글이가 어떠냐고 했다. 듣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빵글이로 정했다. 내가 항상 잘 웃고 밝게 지내서 지인들이 빵글이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당연히 책임감이 더 커졌을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 힘든 시기에 몸과 마음이 다 힘들었는데 요즘은 아내와 아기 생각하면 힘이 난다. 진짜 나도 모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나면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실 항상 똑같다. 지난 시즌보다 이번 시즌, 이번 시즌보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일단 지금은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고 싶은 욕심이 제일 크다. 이게 지금 가장 큰 개인적인 목표다.
마지막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3라운드까지 팬들이 힘드셨을 것 같다. 그래도 항상 체육관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이제 5, 6라운드 남았는데 봄 농구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팬들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 꼭 플레이오프로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해 뛰겠다.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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