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고 깎아주고 쪼그라든 나라살림…‘복지비’ 단속나선 기재부
국가 채무비율 급증, 2050년 107.7%
내년 총지출 중 의무지출 비중 55.6%
의무지출 예산요구시 효율화 방안강구
조기 대선땐 의무지출 더 늘어날 수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올해 역대급 세금 깎아주기에 더해 연금·의료 등 복지 지출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 정부가 의무지출 옥죄기에 나선다. 의무지출이 크게 늘어 2050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07.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재량지출보다 커진 의무지출…구조조정 본격화
정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각 부처가 내년에 쓸 예산을 요구할 때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이번 지침 확정으로 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에는 탄핵정국 여파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통상환경 급변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또한 민생 어려움 등 당면현안 해결에 중점을 두면서 잠재성장률 하락, 인구·지역소멸 위기 등에 대응한 국가경쟁력 강화도 동시에 추진한다. 아울러 전략적 재원배분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기재부는 그동안 재량지출을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의무지출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의무지출은 법으로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법정지출이라 정부가 임의로 줄이거나 늘릴 수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예산안 편성 방향도 재량지출(정책의지에 따른 지출) 중심으로 관리했지만, 복지비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 의무지출도 점검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무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향후 재정여력 대부분을 의무지출 충당에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세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복지비 급증에 따른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짚어봐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다”고 했다.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2050년 107.7%로 채무가 GDP 규모를 넘기고 2060년 136.0%, 2072년 173.0%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무지출은 올해 365조원에서 2028년 433조원으로 크게 늘어나지만, 재량지출은 올해 308조원에서 2028년 323조원으로 소폭 증가세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4.2%에서 내년 55.6%, 2028년에는 57.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의 재정 지출 여력이 의무지출 증가로 줄어드는 셈이다.
조기 대선 ‘변수’…의무지출 되레 확대 가능성
상황이 이렇자 기재부는 인구구조 등 여건 변화, 효과성, 전달체계 중복성 등을 감안해 쓰이는 돈을 점검하고 구조개편 노력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각 부처에서 의무지출 예산 요구 시 중장기적으로 쓸 돈을 추계하고 필요한 경우 효율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모든 재량지출에 대해 10% 이상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윤석열정부 출범 첫해인 2023년 24조원, 2024년 23조원, 올해 24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내년에도 20조원대 규모로 지출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론에 따라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땐 감세나 민생지원금 등 여야의 포퓰리즘 정책 행보로 의무지출이 더 늘 수 있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맞지 않는 ‘씀씀이’를 계속 하고 있다”며 “불황에 맞춰 일시적으로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지출을 확대할 수 있지만 ‘빚을 내서 쓰고 있다’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각 부처는 예산안 편성지침을 기반으로 5월 말까지 예산요구안을 마련해 기재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부처에서 받은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6~8월 중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 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정부예산안을 편성하고 이를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조기 대선 땐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담아 편성지침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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