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려도 대성공"… 젠슨 황이 양자컴 CEO 불러모은 까닭

엔비디아 최대 개발자 행사 GTC2025서 열린 '양자 데이'
무대 직접 오른 젠슨 황
양자컴 20년은 걸린다던
두 달 전 발언 수습하며
"멋진 기술에 이바지할 것"
아이온큐·파스칼·큐에라
업계 CEO들 한자리 모여
젠슨 황 "다양한 방식 중
확장 유리해야 생존할 것"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GTC 2025 일환으로 개최된 양자데이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양자컴퓨터 기업 임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자컴퓨팅은 멋진 기술입니다. 오늘 제가 틀렸다는 것으로 밝혀져도 이 업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저의 임무는 대성공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양자데이' 마지막 날 참석자들 앞에서 남긴 말이다. 양자컴퓨팅 산업을 위해 자신을 마케팅 도구로 희생한 젠슨 황의 솔직한 심정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콘퍼런스가 된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 특이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양자컴퓨터 기업들이 등장하는 양자데이다. 이 행사는 GTC 2025의 네 번째 날인 지난 20일 오전에 열렸다. 가장 큰 특징은 젠슨 황 CEO가 직접 무대에 오른 것이었다. GTC의 모든 행사 중 기조연설을 제외하고 젠슨 황 CEO가 무대에 오른 행사는 이것뿐이었다. 그만큼 그가 관심을 두고 신경을 쓴다는 의미였다.

표면적으로 이날 행사가 열린 것은 지난 1월 CES에서 젠슨 황 CEO의 발언 탓에 디웨이브, 리게티, 아이온큐 등 양자컴퓨팅 기업들 주가가 폭락했고, 이를 사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 해프닝을 기회로 삼아 양자컴퓨팅 기업들을 홍보하고 양자컴퓨팅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날 양자데이에는 양자컴퓨팅 기업 12곳과 양자컴퓨팅을 개발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AWS, 마이크로소프트가 참여했다. 양자컴퓨팅 개발에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진 구글과 IBM을 제외하고는 업계의 대표 기업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앨런 바라츠 디웨이브 CEO, 피터 채프먼 아이온큐 의장, 록 헨리에 파스칼 CEO, 미하일 루킨 큐에라 창업자, 라지브 하즈라 퀀티눔 CEO, 수보드 쿨카르니 리게티 CEO, 도 페론닌 앨리스&밥 CEO, 벤 블룸 아톰컴퓨팅 CEO, 매슈 킨셀라 인플렉션 CEO, 피트 샤볼트 사이퀀텀 최고과학책임자, 롭 쇼엘코프 퀀텀서킷 공동창업자, 존 레비 시큐시 CEO, 시모네 세베리니 AWS 퀀텀컴퓨팅 제너럴 매니저, 크리스타 스보레 마이크로소프트 퀀텀 시니어 펠로까지 양자컴퓨팅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의 주요 인물들이 모였다. 이 중 미하일 루킨은 현직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 롭 쇼엘코프는 예일대 물리학과 교수다. 유일한 여성 참가자인 크리스타 스보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상 초전도체 양자컴퓨팅 연구의 주역이다.

젠슨 황 CEO는 "업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자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양자컴퓨팅을 달성하기 위해 방식(modalities)이 다른 곳이 많았다. 디웨이브, 리게티와 AWS는 초전도체 방식으로 양자컴퓨팅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아이온큐와 퀀티눔은 이온트랩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큐에라와 파스칼, 아톰컴퓨팅, 인플렉션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중성원자 방식을 사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상 초전도체 방식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이다.

젠슨 황 CEO는 이런 다양한 방식이 공존하는 것이 과거 반도체 산업에서 CMOS와 다른 방식이 경쟁했던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면서 '결국 확장이 가능했던 CMOS가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팅에서도 가장 확장이 유리한 방식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각각 다른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참석자들은 양자컴퓨팅이 기존 CPU와 GPU로 이뤄지는 고전컴퓨팅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공유했다.

젠슨 황 CEO는 "양자컴퓨팅 산업에서 개념을 재정의(reframe)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양자컴퓨팅은 양자프로세서(QPU)를 만드는 것이고 기존 컴퓨터를 대체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자 프로세서라는 새로운 처리 장치가 등장해 CPU·GPU와 함께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의미다.

참석자들은 양자컴퓨팅 상용화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부 영역에서는 의미 있는 적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프먼 의장은 "앤시스와 협력해 LS-다이나(Dyna)라고 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양자컴퓨팅을 이용해 혈액 펌프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면서 "큐비트의 성능이 좋아지면 이 성능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CEO도 자기 경험을 얘기하면서 "엔비디아가 초기에 성공을 거뒀던 것은 '게임'이라는 확실한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 시장에서 고객들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GPU의 성능을 개선하는 플라이휠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사들은 양자컴퓨팅이 AI 발전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양자컴퓨터는 우리의 현실 세계가 움직이는 원리인 양자역학에 기반하기 때문에 현실 세계를 가장 잘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세베리니 AWS 제너럴 매니저는 "엔비디아에서 말하는 피지컬AI에서도 양자컴퓨팅의 역할이 있다"면서 "현실은 양자물리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피지컬AI를 자극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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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