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통한 삶의 성찰
[김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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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에디션, 양장)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은이),김희정,조현주 (옮긴이) |
ⓒ 웅진지식하우스 |
행복한 추억이 많아. 너랑 이야기한 것도 좋은 추억이야.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다 끝나지 않은 비디오를 누군가가 돌려줘 버린 느낌이야.
죽음을 앞둔 형의 마지막 말이다. 생각지 않게 마무리 되는 삶의 공허함을 표현한 이 말이 저자에게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자신의 삶을 얼마나 공들여 살고 있을까.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 난 나의 현실만 암막같다고 울부짖었다. 책을 읽고 다시 '새로움'의 힘을 얻었다. 의기소침했던 나에게 삶은 암막을 헤쳐내 밝음을 맛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있다고 말한다.
미술관 경비원 업무는 저자에게 엄청난 경이로움을 준다. 방문객의 질서 있는 관람이나 미술품 보호를 넘어 작품을 감상하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비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방문객과 소통하고 예술이 주는 편안함을 느낀다.
반복적인 경비원 일에서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남들의 이목을 받았던 저널리스트의 삶과는 비교 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다. 사회 기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용기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 7장,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중
예술과 인간의 삶에 대한 저자의 고뇌가 담긴 부분이다. 어떤 사람들은 위대한 걸작 앞에서 감탄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각자 다른 관람객의 모습에서 예술과 인간의 삶의 연결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깨닫는다. 인간 각자의 감정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미술관에서 예술품을 관람할 때 다양한 감정들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가의 확장된 사고는 앞으로의 삶 전반을 재정비 하는 전환점이 된다.
우리는 서로 지탱하며 살아간다.
다양한 이유와 배경으로 미술관 경비원으로 일하는 동료들에게서 직업 이상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그들과 나눈 일상적 대화들에서 진정한 인간적 교류에 대해 생각한다.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미술관 경비 일은 인간 세상이 예술품 만큼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은 정신의 강인 함으로 고통을 이겨 낼 수 있고 예술은 그 모든 것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과 삶은 총체적 아름다움이다.
느리게 작품을 감상할 때, 삶과 죽음 예술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예술과의 만남이든 처음엔 그냥 감상하는 것이다. 자신의 눈으로 작품의 모든걸 흡수할 수는 없다. 예술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작품을 만들어 낸 예술가의 심정은 어땠을까. 왜 이 작품을 구상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예술가와 관람객간의 심오간 교류가 시작 되는 것이다.
저자가 렘블란트의 자화상을 감상하며 삶은 고통이지만 그안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듯이. 결국 예술은 예술 그자체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감정이나 역사 그리고 개인이 처한 상황까지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는 미술관을 떠나지만 10년간의 경비원 생활이 준 경험은 인생의 무게로 남는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선 미술관에서의 체험은 그의 삶을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은 곧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고 성찰하는 모든 것들이 예술의 특정 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히 찾아 오는 오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선물 같은 오늘이 될 수 있다. 어떤 일상을 살던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는 오늘 어떤 의미를 찾을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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