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추 과잉생산 우려…안 심던 해남도 재배면적 두배 늘듯

이시내 기자 2025. 3.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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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작년 대비 6.2%↑ 관측
산지에선 10% 이상 증가 전망
값 높은데다 저장기간 긴 영향
해남, 노지 재배 부쩍 늘어나
괴산 등 주산지도 증가세 감지
“정부, 수급 안정대책 마련해야”
봄배추 과잉생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산지에서 나오고 있다. 배추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노지봄배추’ 주산지가 아닌 전남 해남조차 재배면적이 전년(290㏊)보다 2배 이상 늘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민수 해남녹색유통 대표가 봄배추 아주심기(정식)를 마친 밭을 둘러보고 있다.

봄배추 과잉생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추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노지봄배추’를 거의 심지 않던 전남 해남에서조차 재배면적이 전년(290㏊)보다 2배 이상 늘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19일 해남군 문내면 밭에선 아기 손바닥만 한 봄배추 모종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인근 밭들도 정갈하게 밭갈이가 돼 있어 아주심기(정식)를 준비하는 듯했다.

육묘사업을 하는 김민수 해남녹색유통 대표(63·문내면)는 “올해 봄배추 모종 주문이 쇄도했는데, 우리 육묘장만 59㏊ 규모의 물량을 보급했다”며 “현재 아주심기 작업을 70%가량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배추가격이 워낙 좋다 보니 시장 유통상인들이 농민들과 봄배추 계약재배 물량을 늘린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문내면에서 봄배추를 8264㎡(2500평) 규모로 재배하는 김도정씨(62)는 “노지봄배추는 일교차 때문에 재배하기 까다로워 해남에선 많이 심지 않는데, 올해는 재배면적을 늘리거나 새로 짓는 농민이 늘었다”며 “지난해 이맘때 비어 있던 밭들이 모두 봄배추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봄배추 재배를 하지 않았던 이윤호씨(64·산이면)도 “올해 13㏊ 규모로 봄배추 경작에 들어갔다”며 “김치가공공장 등에서 저장물량이 부족하다며 재배를 요청했고, 주변에서도 생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3월 엽근채소 관측’에 따르면 올해 봄배추 전체 재배(의향)면적은 3623㏊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노지봄배추 재배(의향)면적은 3280㏊로, 전년 대비 6.2%, 평년 대비 6.4% 증가했다.

하지만 산지에서는 실제 재배면적이 이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해남군에 따르면 올해 노지봄배추 재배 예상면적은 600∼650㏊로 전년(290㏊)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충북 괴산, 경북 문경·영양 등 주산지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일부 지역조합에서는 재배면적이 최대 30% 이상 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며 “최근 열린 채소관측 자문회의에서도 봄배추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산지유통인도 수급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성수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장은 “해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봄배추 재배면적이 10% 이상 증가했다고 본다”면서 “봄배추는 여름배추와 달리 저장기간이 두달로 긴 편이어서 여름배추 작황이 지난해처럼 좋지 않을 경우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재배면적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만기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 이사도 “전국적으로 봄배추 재배면적이 예년 대비 크게 증가해 과잉공급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배추 수급 불안정에 따른 피해가 궁극적으로 농가에 집중되는 만큼 수급을 안정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씨는 “수급 불안으로 시장가격이 급락하면 상인들이 수확을 포기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투입된 농자재 비용과 인건비는 오롯이 농가가 감당해야 한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 경제가 더욱 악화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수급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철규 한국무배추생산자연합회장(문내농협 조합장)은 “봄배추 출하가 일시에 몰려 값이 폭락하면 상인들이 계약 이행을 안할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들이 떠안는다”며 “지금부터라도 농정당국이 수급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5∼6월 배추가격 폭락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올해 해남 봄배추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다른 주산지에서는 해남만큼은 아니고 소폭 증가한 수준”이라며 “근래 기후변동성이 워낙 커져서 재배면적만으론 당장 수급 상황을 속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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