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KO 머신’ 잠들다

조지 포먼이 1994년 무패 행진 중이던 마이클 무어를 꺾고 챔피언이 되던 순간. [AFP=연합뉴스]

‘KO 머신’으로 불렸던 미국의 레전드 복서 조지 포먼이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지난 21일(한국시간) 포먼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포먼이 별세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포먼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떠났다. 그는 독실한 설교자이자 헌신적인 남편, 사랑 많은 아버지였다”고 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포먼은 1973년 세계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듬해 무함마드 알리에게 왕좌를 물려줄 때까지 40연승의 무패 행진을 달렸다. 또 은퇴 10년 후 링에 복귀해 1994년 45세의 나이로 헤비급 최고령 챔피언으로 등극한 전설적인 복서다.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포먼은 폭행과 절도 등 각종 범죄를 일삼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직업학교에서 복싱을 접하고 선수가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탁월한 체격 덕에 단기간에 헤비급 강자로 올라섰던 포먼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남자 복싱 헤비급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이듬해 프로 선수로 전향한 포먼은 1973년 무패의 세계 헤비급 챔피언 조 프레이저에게 도전해 TKO 승리를 따내고 화려하게 챔피언 벨트를 찼다. 두 차례 방어전에 성공한 포먼은 1975년 알리와 맞붙었다. 현재까지도 복싱계에선 일명 ‘정글의 대소동’으로 회자되는 세기의 대결이었다. 당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열렸는데, 전 세계 5000만 명이 중계를 지켜봤다. 승리를 장담했던 포먼은 알리의 지능적인 경기 운영에 주도권을 내줬고, 결국 8라운드에 KO로 쓰러졌다. 프로 첫 패배를 당한 포먼은 줄곧 알리와 재대결을 원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포먼은 1977년 은퇴했다.

링을 떠난 뒤 목사 안수를 받고 휴스턴 지역 교회에서 설교했다. 그러던 그는 은퇴 10여 년 만인 1988년 40세의 나이로 링에 복귀했다. 1994년 45세의 나이로 헤비급 최고령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포먼은 1997년 76승(68KO) 5패의 전적을 뒤로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