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의 시선] ‘진짜 연금개혁’ 목소리 내는 젊은 의원들

주정완 2025. 3. 2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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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 논설위원

“오늘의 (연금) 개혁안은 부모가 자식의 저금통을 털어 쓰는 것에 불과합니다. 부모가 둘이서 합의했다고 해서 자식의 저금통을 털어 쓰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반대 토론자로 나선 천하람 의원(개혁신당)의 발언이다. 여기서 부모는 기성세대, 자식은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를 가리킨다. 1986년생인 천 의원은 청년 세대의 입장에서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따졌다. 그러면서 자동조정장치 도입 없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연금 모수 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폰지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폭탄 넘기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부모가 자식 저금통을 털어 쓰나”
세대 간 연금 불균형 심화에 반발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 시급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담은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77인 중 찬성 193인, 반대 40인, 기권 44인으로 통과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이어진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재석 277명 중 찬성 194표로 법안이 통과되긴 했다. 하지만 반대(40표)와 기권(43표)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특별검사법을 제외한 일반 법안 17건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여당(국민의힘)과 제1야당(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8년 만의 연금개혁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국회 표결에서 당 지도부의 뜻을 따르지 않은 의원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3%’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여야 의원 여덟 명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의원과 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사흘 전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나이로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인 이들은 “가뜩이나 청년 세대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세대 간 불균형은 더 커지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청년 세대와 청소년,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야 간 정쟁을 뛰어넘어 같은 정책 목표를 놓고 젊은 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장면이었다.

젊은 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모수 조정에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누가 더 받고, 누가 더 내는지에 대해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더 받는 건 기성세대, 보험료율 인상으로 더 내는 건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라는 지적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 권한대행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등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 여야 의원들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안고 있다. 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재정 안정에 긍정적이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은 적립금 고갈 속도를 빠르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 후생연금의 보험료율은 18.3%, 소득대체율은 25%다. 이것만 봐도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많이 내고 적게 받는다.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인한 연금 재정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절실하다. 일본은 이미 20년 전에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 이번 여야 합의에선 쏙 빠졌다. 앞으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하기로 했다지만 실제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국민연금 기금의 예상 고갈 시기는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어진다. 1999년생이 연금을 받을 나이(65세)가 되면 연금 기금이 한 푼도 남지 않고 고갈된다는 얘기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막대한 빚을 내거나 세금을 대폭 올리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문구에 감춰진 의미다. 빚을 내든, 세금을 내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에 돌아간다. ‘시한폭탄’처럼 예고된 재난을 청년 세대가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대선 주자로도 거론되는 일부 정치인은 정부에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했다. 그동안 뭐 하고 있다가 인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여야 지도부의 합의에 불만이 있다면 진작에 협상 단계에서 강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뒤늦게 청년 세대의 불만에 편승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조만간 출범 예정인 국회 연금특위 위원들의 어깨가 무겁다. 세대 간 불균형을 덜고 지속 가능한 연금을 만들기 위한 구조개혁의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힘이 최근 기자회견에 참여한 30대 의원 세 명을 연금특위에 배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민주당의 반응은 정반대다. 민주당은 기자회견 참석 의원 세 명 중 단 한 명도 연금특위에 배치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의 뜻에 따르지 않은 의원들에게 ‘괘씸죄’를 적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과연 민주당에 청년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의 진정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주정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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