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한국인의 부탄 환상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는 소득이 늘어도 행복 수준은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 미국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의 1974년 논문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를 반박하는 연구도 나왔다. 그 대신 미국 작가 조애너 리가 1966년 TV 시리즈 ‘길리안의 섬’에 쓴 대사를 소개한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은 쇼핑을 어디서 하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다.”
‘해피노믹스’가 오랫동안 연구됐지만, 다수를 만족시키는 성과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나오는 국제 행복 비교는 늘 세계인의 관심을 끈다. 일전에 공개된 ‘세계행복보고서’를 두고도 기사와 논평이 많이 공유됐다.

국내 미디어에서 거론되지 않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시아 국가 중 두 나라가 순위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과 부탄이다. 세계행복보고서 홈페이지의 관련 지도에 두 나라는 공백으로 처리되어 있다(그림). 세계 147개 국가가 포함된 리스트에 왜 이들이 없는지 보고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부탄의 행복에 대한 한국인의 환상도 논의되지 않았다. 국내에는 부탄이 가난해도 한때 행복지수 1위에 올랐을 정도로 행복하다는 환상이 여러 책자와 수많은 기사를 통해 사실처럼 퍼져 있다. 활자 매체를 검색해보면 최근 달포에도 ‘행복한 나라’ 등으로 부탄을 수식한 글이 많다. 심지어 고교 통합사회 교재에도 그런 나라로 소개된다.
경제 수준보다 국민총행복이 더 중요하다며 관련 통계를 내온 부탄은 세계행복보고서를 기준으로 1위에 오른 적이 없었다. 2016년에 84위였고, 2019년 95위를 끝으로 순위에서 빠졌다.
한국 순위는 몇 년째 일본과 엇비슷하고, 50위권에 머물고 있다. 대만은 지난 10여년간 안정적으로 30위권을 유지하다가 올해 보고서에선 27위로 올라섰다. 우리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참고할 아시아 국가는 대만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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