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앞까지 불이 닥쳐와 뜬눈으로 밤 새”…울산 울주군 운화리 주민들

이선호 기자 2025. 3. 2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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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랑 소방대원의 대피 안내에 깜짝 놀라서 짐도 안 챙긴채 강아지만 안아 들고 어제 오후 2시쯤 헐레벌떡 나왔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울산 울주군 운화리에서 22일 12시12분 발생한 산불 때문에 근처 양달경로당으로 대피한 김명선씨(63)가 어제 일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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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마을 128명 대피…인명 피해는 없어
농막 불타고 경운기·이앙기 전소
경남 김해시 한림면 산불은 96% 진화…주민들 귀가
23일 울산 울주군 운화리 근처에 마련된 대책본부에서 소방대원들이 대형 스크린으로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23일 울산 울주군 운화리 양달경로당에 주민들이 모여 대피해 있다.

“경찰이랑 소방대원의 대피 안내에 깜짝 놀라서 짐도 안 챙긴채 강아지만 안아 들고 어제 오후 2시쯤 헐레벌떡 나왔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울산 울주군 운화리에서 22일 12시12분 발생한 산불 때문에 근처 양달경로당으로 대피한 김명선씨(63)가 어제 일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씨뿐 아니라 경로당 안에는 그날 함께 대피에 나선 마을 주민 20여명이 진화 상황을 중계하는 TV 화면을 쳐다보며 불안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곳엔 8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르신들도 상당수 있었다.

운화리 955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23일 오후 기준 192㏊의 산림에 피해를 주며 계속 확산 중이다. 산불대응 3단계가 발령된 상태로 헬기 12대, 소방차 47대 등을 동원해 진행 중인 진화작업은 70%가량 완료됐다. 심각한 상황을 반영하듯 대피 현장엔 십수대의 경찰차와 소방차가 정차된 채 대형 스크린으로 화재 현황을 공유하고 있었다. 소방대원 등이 선 채로 모여 논의를 하는 주변을 걸어가는 내내 코끝엔 매캐한 냄새가 맴돌았다.

주민 노동민씨(72)는 “지금은 위험한 고비를 넘겼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경로당 코앞까지 불이 닥쳐와 온 방안에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며 “또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할까봐 짐을 끌어안은채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워 주민들 모두 심신이 매우 지쳐있는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주군과 관련기관은 오늘 16시30분 기준 발화지 근처 6개 마을 128명에 대한 대피를 완료했으며, 대부분은 행정복지센터나 마을별 경로당, 숙박시설 등에서 하룻밤을 보낸채 아직 본 주거지로 복귀하지 못한 상태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지만, 개중엔 재산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김씨는 “야산에 있던 농막이 불타 경운기와 이앙기 등이 전소됐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산불이 난 곳을 선산 삼아 묘를 모시던 분들도 있는데 앞으로 피해가 더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상황실을 계속 가동하며 통합지휘본부인 울산시와 피해·진화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며 “종료시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만에 하나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남 김해시 한림면 안곡리 야산에서도 22일 산불이 발생해 진화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현재 96% 이상 진화작업이 완료됐으며, 대피한 마을 주민 140여명은 모두 귀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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