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R&D인력마저"… 고용 골 더 파인다

장우진 2025. 3. 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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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동안 세 자릿수 인원을 채용한 한 대기업 전장 계열 부품사는 올해는 채용 공고를 아예 내지도 않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보호무역 확산 우려로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채용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며 "통합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기업의 고용 여력을 넓히는 세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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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위축에 채용공고도 못해
10대 그룹 4년새 11% 늘렸지만
첨단산업 불확실성에 투자 고심
"기업고용여력 넓히는 지원 시급"
지난 17일 서울 한 대학에 붙어있는 채용 정보 안내문을 학생들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2년 동안 세 자릿수 인원을 채용한 한 대기업 전장 계열 부품사는 올해는 채용 공고를 아예 내지도 않았다. 특히 미래 성장 인적자본인 R&D인력마저 뽑지 않는다. 미국 등 주요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등 친환경차 사업에 속도조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인력 충원을 멈춘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뒤이은 내수시장 침체에도 그나마 대기업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23일 삼성과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자산순위 10대 그룹의 2022년부터 2024년 말까지 상장사 임직원 수를 조사한 결과, 이 기간 직원 수는 평균 3.2% 늘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4년 간 직원 수를 11%나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성장 사업을 차세대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그룹사들의 채용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의 직원 수가 2년 새 6.2% 늘었고, 현대차그룹 역시 3.9% 증가했다. 이 밖에도 방위산업과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자율주행기계 등을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한화그룹(12.9%)과 HD현대중공업그룹(14.8%) 등도 직원 수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들은 특히 자동차 전장이나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기술 R&D를 중심으로 인력을 늘려왔는데, 최근 들어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기업 임원은 "미국과 중국 등이 시스템반도체와 AI, 로봇 등 첨단산업의 자국 내 생산을 압박하면서 기업들도 국내보다 현지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월부터 약 한달 간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신규채용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률이 39.2%로 2022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나마 채용 계획이 있다는 기업들 가운데 작년보다 늘린다는 응답률은 13.8%에 불과했다.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거나(26.3%), 줄인다(9.2%)는 기업들이 10곳 중 3곳 이상이었다.

고용의 골은 갈수록 깊게 파이고 있다. 2월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9세 이하 20대 청년고용률은 44.3%에 그쳐 절반 이상이 실업상태다.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쉬었음'이라고 답한 사람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돌파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내놓은 '2025년 고용행정 통계로 보는 노동시장 동향'에서도 지난 2월 구인수요는 전년 동월보다 6.3% 줄어든 반면 구직인원은 2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재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보호무역 확산 우려로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채용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며 "통합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기업의 고용 여력을 넓히는 세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 역시 "최근 내수부진 심화, 미국발 관세전쟁 우려 등으로 기업들이 채용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면서 올해 채용시장은 작년보다 더 얼어붙을 것"이라며 "미취업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재정지원을 보다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우진·박정일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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