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전역 초유의 대피령…멈춘 일상 속 안부전화 폭주, 전기통신 장애

국도 5호선·35호선, 중앙선철도·고속도 일부 구간 통제
대피 문자 받은 주민들 귀가 서둘러

안동시 정하동으로 넘어온 산불 연기. [독자 제공=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확산한 초대형 산불 영향으로 25일 안동시 전역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산불로 인해 메케한 연기가 확산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호흡 곤란을 겪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철도, 국도 등도 일부 구간이 통제돼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의성 산불은 전날 안동 길안면 현하리 산으로 옮아 붙어 길안면 전체와 남선면, 임하면 일부 주민들이 대피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풍천면까지 번졌다.

안동시가 오후 3시 31분 재난 문자를 통해 의성 산불이 풍천면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어담 1· 2리와 금계리 등 일부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어 오후 5시에는 전 시민에게 대피하도록 안내했다.

안동시 전역에 대피 명령이 내린 것은 초유의 일이다.

숨 쉬는 공기가 메케해지고 산 쪽에서 넘어오는 연기가 보이는 데다 대피 문자가 날아들자 안동 시민들은 혼란 속에 빠졌다.

하던 일을 접고 너도나도 가족 등에게 전화를 물어 안부를 묻거나 하던 일을 서둘러 퇴근길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퇴근을 서두르거나 부모, 자녀 등 가족을 데리러 이동하는 주민들로 일부 도로는 퇴근 시간 전부터 평소보다 많이 이동하는 차량으로 곳곳에서 정체도 보였다.

시내 학원 등도 일찌감치 휴강했다.

이날 안동시는 "산불 확산으로 전기·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엘리베이터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안동 시내와 가까운 정하동의 한 직장인은 "상황이 급박해 어린이집에 맡긴 애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데 부모님께 대신 연락했다"고 말했다.

한 자영업자도 "산 쪽이 연기로 부옇고 아직 불이 보이지는 않지만 불이 번진다고 해 귀가했다"며 "시에서 계속 대피 문자가 날아오고 바람도 심하게 불고 있어 몹시 불안하다"고 했다.

현장을 지키는 한 공무원은 "시야가 선명하지 않아 앞이 주황색, 노란색으로 보이고 공기도 상당히 메케하다"며 "불이 하천 위로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안동에서는 의성군과 인접한 길안면을 비롯해 풍천면, 임하면, 일직면 등을 중심으로 산불 위협이 커지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