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D&D가 합병한 국내 1호 ‘공유주거 스타트업’ 어디?
5만가구.
SK디앤디가 2029년까지 낼 코리빙하우스 임대 물량이다. 현재 SK디앤디 자회사인 디앤디프라퍼티솔루션(DDPS)이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 ‘에피소드’는 전국에 3800가구가 있다. 4년 만에 어떻게 늘린다는 걸까. 바로 로컬스티치 인수·합병이다. 로컬스티치는 공유 주거 브랜드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업체다. 로컬스티치는 전국 22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점 수 기준으로는 국내 코리빙 업계 최대 규모다. 이번 합병으로 SK디앤디가 운영하는 임대 물량은 약 6200가구로 늘어난다. SK디앤디는 올해 말 1만 가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리빙(Co-living)하우스는 공유 주거 공간이다. 로컬스티치 서교점이 대표 사례다. 로컬스티치는 2013년 서울 마포 서교동에 있는 오래된 호텔에서 출발했다. 처음엔 ‘신개념 하숙집’ 같은 공간이었다. 로컬스티치가 전환점을 맞은 건 2015년이다. 로컬스티치는 단골 손님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발전을 거듭한 결과 지하 1층은 공유 주방·헬스장·세탁실 등이 있는 공용 공간, 1층 상가, 2층 코워킹(Co-working) 공간, 3~6층 코리빙 하우스, 7층 레스토랑으로 구성된 복합 공간이 탄생했다.
골목 호텔이 코리빙·코워킹 공간으로, 또 국내 최대 공유 주거 브랜드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에게 일문일답 형식으로 들어봤다.
Q. 로컬스티치를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후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래서 공간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컸다. 세탁소, 슈퍼, 하숙집 등 전통적 모델이 있지 않나. 이런 모델들을 재정의하는 과정이 재밌게 느껴졌다.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해서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기획했던 게 로컬스티치의 시작이다. 처음엔 동네 호텔로 시작했다. 동네 카페·레스토랑을 호텔 어메니티로 연결, 활용했다. 그러다 단골 손님들이 생겼는데, 같이 살고, 일하면서 공간을 수정했다. 로컬스티치가 ‘코워킹&코리빙’ 브랜드로 탄생하게 된 계기다.
처음 ‘코워킹&코리빙’ 콘셉트를 떠올렸을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신개념 하숙집 정도로 여겼다. 이후 여러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다직업자 등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여러 분야 사람들이 모여 살고, 일하고,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 우리는 교류를 통해 성장하리라 생각했다. 교류와 성장. 이를 전략적으로 이루려면 일과 주거가 결합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또 ‘1인 친화적’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가족의 형태나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1인 가구도 훨씬 많아졌다. 여기에 걸맞은 공간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업무 생산성과 도시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Q. 생소한 개념이라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그렇다. 사업 초기에 이 개념을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하고, 공감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디자이너로서는 흥미로운 시간이다. 로컬스티치 멤버(입주자), 동료·파트너, 투자자, 지역 주민, 공무원 등을 설득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래도 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해주는 동료와 파트너 덕에 꾸준히 재밌게 일하고 있다.
2022년에 힘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 구조 전환 후 안정적인 중소형 비즈니스로 이어갈지, 플래그십(대표 상품) 지점을 확대할지 고민했다. 중소형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규모가 큰 지점을 추가로 내기로 결론지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 내외부 변화로 어려움이 있었다. 이때 동료·주주들과 변화한 환경에 맞게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노력했다.
2024년 전체적으로는 적자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기준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임직원 전체가 무리한 확장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확장 속도 조절과 운영 안정성을 동시에 챙기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최근 SK디앤디 자회사 DDPS와 인수합병한다고 들었다. 중점적으로 고민한 부분이 있나.
국내외에서 코리빙 기업들이 생기고 성장한 지 10년 정도 됐다. 국내에서는 맹그로브·홈즈 등 기업들이 자리 잡았다. 특히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커졌는데, 최근 2~3년 사이 유럽·아시아 코리빙 기업이 대규모 자본과 만나 몸집을 키우는 추세다. 특이한 건 이들이 플랫폼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시장을 꽉 쥐는 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방법이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SK디앤디로부터 플랫폼으로 나아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로컬스티치와 SK디앤디가 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고자 고민한 결과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경험과 장점이 다르기에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서울을 포함한 국내외 도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 오프라인 공간 개발 등으로 더 자유롭게 살고 일하는 세상이 되리라 기대한다.
로컬스티치의 목표는 ‘어디서든 살고 일하는 환경 제공하기’다. 개개인이 물리적으로 제한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자면, 오늘은 서울에서 일하고 내일 태국 방콕에서 일하는 식이다. 로컬스티치는 도시인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서비스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로컬스티치의 세계관과 SK디앤디의 기업 역량이 맞물리면서 더 빠르게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SK디앤디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로컬스티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이 있나.
로컬스티치를 포함한 국내 코리빙 기업은 운영 경험, 기술적 역량이 글로벌 관점에서 경쟁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는 역량이 있다는 의미다. 각 시장에 맞는 로컬 파트너를 만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중국, 호주 등이 중심인 아시아 시장을 유심히 보고 있다. 또 스타트업으로서 파트너를 빠르게 찾아본 경험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이 될 것 같다.
코리빙 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현재 전세 사기 사태가 일정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대중적 관심을 끈 코리빙 산업은 보편화하리라 생각한다. 코리빙의 본질은 ‘같이 살고, 일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 원리가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직업, 업무 방식, 배우는 방식 등이 크게 변할 텐데 이때 주거 운영 회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대별로 보자면, 시니어 주거는 헬스케어 중심의 주거 공간이 늘어날 것이다. 또 액티브시니어 세대에서는 일과 직업 재교육 등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와 타겟에 상관없이 다양한 형태가 나오리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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