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가수 헨리 만나고 자금성 구경... 글로벌 CEO 80여명 中 집결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5. 3. 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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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가수 헨리가 베이징을 방문한 팀 쿡 애플 CEO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웨이보

베이징을 방문한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22일 중국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와 자금성이 내려다 보이는 경산공원에 오르고, 둥청구(區)의 전통 가옥에서 가수 헨리의 공연을 즐겼다. 슈퍼주니어 중국 유닛 출신인 헨리는 홍콩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 국적자로, 중국 본토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팀 쿡은 매년 중국발전고위층포럼(CDF) 참석을 위해 중국을 찾는데, 올해는 현지 애플 매장을 주로 방문했던 예년과 달리 전통 명소를 찾아 다니며 문화계 인사와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미중 관세 갈등이 지속되며 애플의 생산 원가가 올라가고 중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자 수장이 직접 나서서 중국에 강력한 우호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글로벌 경제 인사들을 초청해 투자를 독려하는 행사인 CDF가 23일 개막하자 글로벌 기업 수장 80여 명이 베이징에 집결해 중국 시장을 겨냥한 구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올해 행사의 주제는 ‘발전 동력을 전면 발산하여 세계 경제 안정 성장을 공동 추진하자’이다. 매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직후 개최되는 이 행사는 관례적으로 폐막 직후 리창 총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 기업인들과 별도 만남을 갖는다.

리창 중국 총리가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층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올해 행사에는 작년에 불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복귀했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년 연속 참석했다. 글로벌 기업 인사로는 BMW, 벤츠, 페덱스, 화이자, 카길, 퀄컴, 마스터카드, 네슬레, 시몬스 등 대기업 수장 80여 명이 참석했다. 미국 기업인이 약 30명으로 가장 많다. 존 소튼 아시아소사이어티 이사장, 션 스타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장, 존 노이퍼 미국반도체협회 대표 등 대(對)중국 경제를 다루는 미국 핵심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CDF를 계기로 중국을 방문해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22일 면담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의원이 중국을 공식 방문한 첫 사례로, 미중 정상 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고 했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웨이보

CDF에 참석한 각국 기업인들은 중국에 대한 우호 메시지를 전하고, 기술 산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재용 회장은 22일 크리스티아나 아몬 퀄컴 CEO와 함께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회동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가전 등 사업 분야에서는 삼성의 경쟁사지만, 작년부터 중국의 전기차 강자로 급부상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분야에서 삼성의 ‘큰 손’ 고객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3년 CDF 참석 당시 조용한 행보를 보여줬던 이 회장이 올해는 중국 기업인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며 중국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팀 쿡은 22일 중국 대형 연예 기획사인 이신의 양톈전 대표와 함께 자금성이 내려다 보이는 경산 공원에 올랐다. 그는 “경산 정상에서 보이는 자금성의 경관에 감탄했다”고 했다. 그와 함께 했던 양톈전은 “팀 쿡에게 핑크 아이폰을 출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팀 쿡은 23일 CDF 행사장에서는 중국 고성능 AI 모델(생성형 AI) 딥시크를 사용해 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물론이다. 매우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팀 쿡의 이러한 행보는 미·중 갈등으로 애플의 중국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은 15%로 2023년(19%) 대비 4%포인트 낮아지며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20% 추가 관세 또한 중국을 핵심 생산 기지로 삼고 있는 애플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중국 당국이 애플 앱스토어 등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가할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Red Bull)의 중국 내 생산·판매 권한을 놓고 중국 회사와 분쟁을 벌였던 태국 TCP그룹은 올해 처음 CDF 참석 명단에 올랐다. 유비디야 TCP그룹 CEO는 베이징일보에 “중국 경제 정책 방향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세계 2위 채광기업인 브라질 발레(VALE)의 CEO 또한 “처음 CDF에 참석해 기쁘다.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워갈 것”이라고 했다.

22일 베이징을 방문한 팀 쿡 애플 CEO가 중국 대형 연예 기획사 이신의 양톈전 대표(왼쪽)와 가수 헨리(오른쪽)를 각각 만났다./웨이보

중국 또한 글로벌 기업의 지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 ‘손님’들을 극진하게 모시고 있다. 올해 1~2월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1712억 위안으로 작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했고, 지난해 외국인의 대중국 투자액은 27% 급감했다. 중국에 설립된 124만 곳의 외국계 기업은 중국 고용의 7%, 세수의 14%, 수출입의 3분의 1을 차지하기에 이들의 탈(脫)중국 기조가 이어지면 심각한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리창은 지난 5일 양회(兩會)의 한 축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의 업무보고에서 “외국의 중국 투자를 적극 장려할 것이며 서비스업, 인터넷, 문화 뿐 아니라 통신, 의료, 교육 분야의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외국 기업의 상품을 정부 조달 과정에서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고, 이들의 중국 내 재투자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주요 도시에서 외국계 병원 설립을 전면 허용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등 통신 분야에서 외국 자본의 지분 제한을 철폐했다. 중국 당국은 제조업 분야에서도 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을 없애겠다고도 약속했다. 시진핑은 CDF 폐막 직후인 28일, 약 20명의 글로벌 기업 수장들과 별도의 자리를 갖고 투자 협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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