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트럼프와 나란히 선 첫 재계 총수…숨은 조력자 'GPO' 주목

이동희 기자 2025. 3. 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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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서 31조 투자 발표…트럼프·랜드리 주지사 참석
GPO, 국내 기업 중 가장 빠르게 대응 '재조명'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8년까지 2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재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발표하면서 전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발표 장소가 백악관이라는 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하면서 모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정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대면한 한국 첫 재계 총수가 됐다.

이번 투자 발표가 성사되기까지 글로벌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특유의 '빨리빨리 미리미리' 문화가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백악관서 트럼프와 나란히 서기까지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전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2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주요 내용은 미국 현지 생산량을 12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한 공급망 강화의 하나로 루이지애나주에 현대제철 제철소를 짓겠다는 것이다. '쇳물부터 자동차까지'라는 말로 불리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미국에서도 실현해 경쟁력을 높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진출한 이래 가장 큰 규모 투자"라고 소개했다. 투자 규모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누적 투자액 2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며, 지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방한 당시 발표했던 105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기업의 미국 투자 계획 발표는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이 약 31조 원에 달하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백악관에서 빠르게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 특유의 문화와 GPO의 협상력이 있어 가능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빨리빨리는 현대차의 대표적인 문화다. 여기에 '미리미리' 문화가 더해지며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4위,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 도약했다.

정 회장은 매년 그룹 신년사를 통해 선제 대응을 강조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퍼펙트 스톰'을 언급하며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환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지난해는 "미리미리 준비돼 있는 사람만이 빠르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2025.03.2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현대차 '빨리·미리' 문화…글로벌 대관 GPO, 통상 불확실성 발 빠르게 대응

미국 등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통상 불확실성에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대표적인 조직이 GPO다.

글로벌 대관 담당인 GPO는 2023년 8월 신설했다. 초기 김일범 부사장, 우정엽 전무 등 외교가 인력을 빠르게 수혈하며 조직을 키웠고, 지난해 초 조직 규모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했다.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는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성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사장으로 발탁했다. 성김 사장은 직전까지 현대차그룹 고문으로 활동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가장 타격이 큰 곳이 현대차"라며 "후폭풍이 큰 만큼 준비도 제일 빨랐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약 170만대로 전 세계 판매량의 약 25%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GPO 신설 이전부터 워싱턴DC에 사무소를 운영하며 현지 정관계 인사와 수시로 소통했다. 워싱턴 사무소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현대차그룹의 미국 진출 현황과 기여 내용을 담은 시각화 자료를 미국 정부 주요 기관과 연방 상·하원 의원실, 주요 싱크탱크 등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관세 폭탄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 당시 언급한 "현대차는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은 미국 현지 생산분이라며 여전히 국내 생산 미국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 우려가 여전하다고 봤다.

다만 31조 원에 달하는 통큰 투자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현대차가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한국이 관세를 피하거나 적어도 다른 나라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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