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터뷰] 눈물 속 성장통, “너무 서럽게 울더라” 소노 이근준을 감싼 민기남의 한 통의 전화

정다윤 2025. 3. 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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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다윤 인터넷기자] 이근준(19, 194cm)의 서러운 눈물 뒤엔, 다정한 전화 한 통이 있었다

고양 소노 신인 이근준은 2024 KBL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됐다. 경복고를 거쳐 곧바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여,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참이다.

15일 안양 정관장과 경기에서 이근준은 그 현실을 체감했다. 경기 중 실수에 스스로를 자책했고, 결국 눈물을 흘린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취재진과 만난 이근준은 “내가 분위기를 넘겨주는 미스를 해서 계속 생각이 많아졌고, 그게 신경 쓰이다 보니 울고 말았다. 많이 심란했다”며 “이제 앞으로는 그런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더 깊이 생각하고 집중해서 임해야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선배 선수들은 묵묵히 이근준의 곁을 지키며 위로를 건넸고, 따뜻한 말들로 연락을 취했다.

이근준은 “형들이 장난도 쳐주고 괜찮다며 많이 격려해줬고, 다음 날에도 혹시 내가 힘들어할까 봐 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특히 (민)기남이 형이 다음 날 전화가 왔다”며 얘기했다.

경기 직후, 소노 신인 4인방(정성조, 이근준, 김도은, 서동원)이 팬사인회에 나섰다. 데뷔 후 처음 팬들과 마주하는 자리였지만, 이근준의 눈가엔 감정이 터져 나왔다.

“팬분들이 왜 우냐고 물어보셨다. 팬 사인회 자체가 처음인데, 눈물을 보인 게 정말 부끄러웠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더 창피했던 것 같다(웃음).”

대학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 곧장 프로의 물살에 몸을 던진 이근준은, 이른 나이에 증명이라는 무게를 짊어졌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고도 높았다.

이에 대해 이근준은 “팀 디펜스를 더 빠르게 이해하고, 불필요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이어 “프로에서 힘들었던 점은 아무래도 몸싸움이 거칠고, 수비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고, 특히 어려웠던 것 같다”며 현실을 직시했다.

냉혹한 현실에 빠르게 스며들기 위해, 선배들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며 자기 안의 허기를 채워가고 있다.

이근준은 “경험 많은 형들에게 실전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어보고 배우고 있다”며“수비 로테이션이나 코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같은 부분도 많이 알려줬다. 조언을 들으면서 이해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말했다.

그중에서도 주장 정희재는 든든한 조력자였다. “특히 캡틴 (정)희재 형은 조언도 많이 해주시지만, 맛있는 것도 자주 사주신다. 형이 사준 밥이나 고기가 정말 큰 힘이 된다. 그런 도움을 받는 만큼, 나도 승부처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준비하겠다”며 포부를 전했다. 

 


그늘진 배경 속 숨은, 또 하나의 조용한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민기남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근준은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민기남으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민기남은 어떤 말을 전했을까?

취재진과 만난 민기남은 웃으며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괜찮아졌냐고 전화했는데, 근준이가 분명 안 괜찮은 티가 나는데도 ‘괜찮아요. 아임 오케이...’ 영어로 이러더라(웃음). 아직 어린 선수고, 경기가 잘 안 풀렸다고 해서 너무 의기소침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줬다.”

“사실 근준이가 너무 서럽게 울었다(웃음). 아직 신인인데 자신감이 떨어질까봐 신경이 쓰였다. 형들도 뭏론 얘기를 많이 해줬을테지만, 나는 그날 바로 연락하진 않았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그냥 뒀다. 괜히 또 말 걸면 계속 생각하게 될까 봐 혼자 정리할 시간을 줬다”며 동생을 향한 조심스러운 배려가 돋보였다.

2002년생인 민기남 역시 나이로만 보면 어린 선수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또렷한 말투와 시선으로, 내면의 성숙함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어 “(이)근준이는 우리 팀의 미래고, 지금은 막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팀을 이끌어야 할 선수다. 나도 아직 젊은 선수지만, 힘든 순간을 많이 겪으면서 배우는 게 결국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죽지 말고,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며 덧붙였다.

형들의 격려가 닿은 걸까. 이근준은 말이 아닌 몸으로 답했다. 다음 경기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6점 7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승부처 4쿼터에서 적극적인 리바운드 참여와 결정적인 블록슛은, 숫자 뒤에 숨은 투지와 집중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승리에 일조했다.

‘비 온 뒤 땅은 굳는다’는 말처럼 이근준도 그랬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지만, 눈물로 빚어낸 단단함을 다음 경기에 스스로 입증한 그의 변화는 충분히 고무적이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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