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궁핍·엘리트 과잉… 기억할지어다, 국망의 징조이니
재정건전성 약화·지정학적 특성 등
4가지 정치적 불안정 유발 요인 제시
“美, 트럼프가 이끄는 反엘리트그룹
기존 권력 갈아치우는 혁명 진행중”
한국 내부 엘리트 경쟁·갈등 지적도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피터 터친/ 유강은 옮김/ 생각의힘/ 2만3800원
그는 역사적 분석물을 토대로, 4가지의 구조적 추동 요인이 순환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가져온다며 △포퓰리즘으로 이어지는 대중의 궁핍화 △집단 내 충돌로 귀결되는 엘리트 과잉생산 △쇠약한 재정 건전성과 국가의 정당성 약화 △지정학적 요인을 제시한다. 그중에서도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와 엘리트의 과잉생산이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해 국가를 위기를 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가 말하는 ‘엘리트’는 많은 사회 권력을 가진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권력의 소유자를 의미한다. 엘리트 과잉생산은 말 그대로 엘리트 지망자는 많아지는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는 늘지 않아 부족한 상황을 말한다.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으로 혁명, 내전, 소요가 발생하며 기존 엘리트들이 대거 몰살되거나 평민층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저자는 역사적인 사례도 제시한다. 미국의 남북전쟁을 촉발한 요인도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 과잉생산이었다. 1820∼1860년대 경제적인 상황은 노동자의 임금이 50% 가까이 감소했다. 이로 인한 불만으로 1855~1860년 38건의 폭동이 있었다. 1820년대 이후 성장의 과실 대부분이 엘리트에게 집중되며 엘리트의 수와 부가 급증했다. 엘리트 수가 급증하며 정부 공직을 둘러싼 경쟁이 심해졌다. 역사책은 남북전쟁이 노예제를 둘러싼 충돌이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노예정치’를 놓고 벌인 엘리트 집단 간 싸움이었다.
아랍의 봄 시발점인 2011년 이집트 혁명도 마찬가지다. 2011년 1월 25일부터 2월 11일까지 진행되었던 이집트의 장기 집권 대통령인 호스니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벌어진 반독재 정부 시위를 말한다. 1990년대 이전에는 이집트 젊은이 중 일부만이 고학력 계층에 진입했는데, 무바라크 정권은 현대화라는 목표 아래 대학 교육을 대대적으로 확대했고, 1995년 이후 대졸 학위자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학위를 보유한 젊은이를 위한 자리의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고, 일자리 없는 대졸자들이 대규모 반체제 시위에 혁명군으로 가담하면서 무바르크가 퇴진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한국에서도 몇 가지 지표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불평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소득 상위 1%를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이후 2023년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 동시에 대학 졸업자는 수가 급증하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대졸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고급학위를 가진 젊은 인재들을 소화할 만한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난관에 부딪혔다는 것. 한국 역시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이 심하다는 저자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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