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BIO] 무작정 샀다간 낭패…알고보니 마약류 함유 의약품?
※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유명 연예인과 재벌 3세의 마약 복용 소식. 언론을 통해 자주 듣게 되는 뉴스죠.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자들이 왜 마약을 복용하는지, 또 어디에서 구한 건지, 참 많은 의문들이 생겼을 겁니다.
그런데 이 마약, 연예인이나 재벌 3세들만 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많은 마약류가 매우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남용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가져와 봤습니다.
20대 여성 A씨는 재작년 지인의 소개로 해외에서 산 감기약을 처음 복용했는데요. 약효가 좋다고 생각해서 계속 복용했지만, 이 감기약에는 국내에서 금지된 '덱스트로메토르판'이라는 이름의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결국 이 약에 중독된 A씨는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약 2년 간 1,400정을 밀반입해오다가 세관에 적발됐고, '대체 먀악' 복용 혐의로 올해 1월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A씨가 복용했던 이 감기약은 '해외여행 시 구매하면 좋은 품목'으로 온라인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국내 유명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해외직구도 가능하지만, 마약 성분이 있다는 안내는 없습니다.
감기약부터 수면제나 다이어트약까지, 마약성분 함유 의약품 반입이 급증하고 있지만 마약류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마약류 성분이 있는 불법 의약품의 국내 반입 문제와 주의점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 외국 감기약 먹었다가 중독…마약 성분 의약품 반입 급증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수면제·다이어트약 등 불법 의약품의 국내 반입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러한 마약류 함유 불법의약품 반입량은 2020년 885g에서 지난해 37㎏으로 4년 만에 43배가량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적발된 마약류 성분이 있는 불법 의약품은 1만1,854g으로 작년 동기(2,305g) 대비 5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주로 적발되는 불법 의약품에 함유된 마약류 성분은 코데인, 덱스트로메토르판, 알프라졸람 및 졸피뎀 등 10종인데요.
이들 10대 마약류 성분 중 감기약에 함유된 코데인, 덱스트로메토르판과 불면증 치료제에 포함된 알프라졸람, 졸피뎀 등 4개 성분이 지난해 총 적발건수 292건 중 239건으로 약 82%를 차지했습니다.
관세청은 마약류 성분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진통 효과만 보고 불법 의약품에 중독되는 폐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현지에서 합법 판매해도 주의해야…모르고 들여와도 ‘입건’
해외여행을 갈 때면 ‘그 나라에 무슨 약이 좋으니 꼭 사서 먹어봐라’라는 얘기 한 두 번은 들어봤을 겁니다.
해외여행이나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의약품을 구매할 때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국내에 들여올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마약류 관리법상 엄격한 규제를 받는 성분이 포함된 경우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모르고 샀다고 해도 무조건 입건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상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마약 밀수 혐의로 처벌 대상입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감기약이나 수면제를 구매해 국내로 반입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해당 의약품이 국내에서 마약류로 지정되어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반입이 금지된 의약품 종류는 관세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의약품이 아니라면 아예 안 사는 게 더 현실적입니다. 만약 해당 의약품을 사야만 한다면, 반드시 국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정식 유통 경로를 통해 구입해야 합니다.
◇ 태국·미국 가면 꼭 사온다는 이것…젤리·시즈닝에도 마약이?
의약품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구매한 젤리나 시즈닝(양념류) 등에도 마약 성분이 들어가기도 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먼저, 태국은 일부 대마 제품을 구매하고 섭취하는 게 합법인 나라인데요. 현지에서는 합법이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속인주의에 따라 국내법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섭취는 물론 구매도 하면 안 됩니다.
특히 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마 젤리나 쿠키 등은 무심코 섭취하기 쉬운 만큼 대마 잎 그림이나 대마가 함유됐다는 표기가 된 제품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대마가 함유됐는지 불분명할 경우,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점원에게 대마 함유 여부를 반드시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또 미국의 유명한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에서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상품 ‘베이글 시즈닝’ 구매도 주의해야 합니다.
2달러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미국을 방문한 한국인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선택하는 아이템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막상 한국으로 가져왔다가 뜻하지 않게 곤욕을 치렀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유는 바로 '양귀비 씨'(poppy seed) 때문입니다. 베이글 시즈닝에는 양귀비 씨가 들어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양귀비 씨를 식재료로 사용하긴 하지만, 양귀비는 아편의 원료입니다. 또 양귀비 씨에는 마약 성분이 극소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귀비 씨앗이 포함되면서 한국에서는 2022년부터 반입금지 품목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여행객들이 통관에 걸리고 있으니, 구매하기 전 양귀비 씨가 들어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별check부록> 아편, 인류 최초의 마약…제약사가 마약을 만들었다고?
<별check부록>은 [문형민의 알아BIO]에서 다룬 내용들의 팩트를 별도로 체크해 정리 및 소개하는 ‘코너 속 코너’입니다.
인류 최초의 마약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편입니다. 아편은 양귀비라는 꽃의 열매에서 채취한 즙을 가공한 마약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처음 사용됐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과학자들은 아편에서 진통 완화 물질만 추출할 수 있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모르핀입니다. 모르핀은 강력한 진통 완화 및 수면 효과가 있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서 다친 군인들에게 투여됐습니다.
모르핀보다 더 진통 완화 효과가 강한 헤로인을 개발한 건 독일 제약사 바이엘입니다. 효과가 좋았던 탓에 약의 ‘영웅’이라는 의미를 담아 헤로인(Heroin)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고 있는 흥분제인 필로폰, 속칭 ‘히로뽕’도 제약사가 만들었습니다. 일본의 대일본제약(大日本製藥)사에서 1941년부터 히로뽕이란 상품명으로 잠을 쫓고 피로감을 없애 주는 각성약물로서 판매하며 붙여졌습니다.
#마약 #마약류함유의약품 #감기약 #수면제 #대마젤리 #시즈닝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문형민(moonbr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