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사랑으로 아이들 교육하니… 희망의 날개 펼치다
한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아이들이 있다. 학업 스트레스, 학교 폭력, 가정의 어려움 속에서 길을 잃거나 남들보다 더디다는 이유로 학교가 힘겨웠다. 그랬던 이들이 사랑과 신앙 안에서 교육하는 학교를 만나 변화를 경험하고 이젠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기독대안학교라는 특별한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학생들을 만났다.
모 대학 청소년지도학과 1학년생이 된 김민석(가명·19)씨는 몇 년 전만 해도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 폭력으로 방황하던 비행 청소년이었다. 변화의 기회를 맞은 건 2022년 소울브릿지학교(교장 반승환 목사)에 입학하면서다. 일선 교사부터 교장까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격려하는 공동체를 경험하면서 자신처럼 방황하는 청소년을 돕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김씨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신앙을 회복해 지난해 세례도 받았다”라며 “현재는 청소년 상담과 심리학을 배우며 청소년지도사와 평생교육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이수환(가명·19)씨는 학업 의욕을 잃고 자퇴를 고민하던 중 소울브릿지학교에 입학했다. 그 역시 하나님의 사랑으로 보듬어주신 선생님들을 통해 신앙을 회복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변화의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찾았다. 학업 자체를 포기하려던 그가 장신대 기독교교육과에 진학한 건 14년간 아들이 목회자가 되길 기도한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진 순간이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위탁형 대안학교인 소울브릿지학교는 경계성 지능, 정서적 고립, 가정 내 갈등, 중독, 학교 폭력 등 다양한 문제로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학생들의 학업 복귀, 자기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까지 세 차례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실제 학업에 복귀해 진로를 찾고 대학에 진학한 비율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기독 교육을 내걸고 있진 않지만 학생들의 개별 상황을 깊이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려는 교육 철학 바탕엔 하나님의 사랑이 깔려 있다. 교장인 반승환 목사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대학 진학이 당연할 수 있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라며 “신앙과 사랑이 결합된 교육이 무기력과 소망 상실을 경험했던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설명했다.
위현서(25)씨는 한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폭식증에 시달렸다. 어린 시절 잦은 병치레로 인해 외모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고 결국 건강을 해치는 악순환에 빠졌기 때문이다. 위씨는 홀리씨즈교회학교(HSS·Holy Seeds School)를 다니면서 회복의 길을 걸었다. 신앙을 통해 삶의 목적을 찾은 게 변화의 계기였다. 홀리씨즈교회(서대천 목사)가 운영하는 HSS는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교회’라는 신조 아래 복음과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신앙과 인격의 성장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위씨는 “예수님을 알고 ‘너는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라는 목사님과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자살 충동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미국 공차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위씨는 “예전에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살았지만, 이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대천 목사는 “크리스천 청소년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기독대안학교는 복음 전파라는 사명을 감당하는 교육의 장”이라며 “참된 기독교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복음을 통해 다음세대를 새롭게 변화시킨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하민(34) 전도사는 15년 전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교장 조명숙)의 문을 두드렸다. 북한에서 아버지가 공개 처형당하는 비극을 목격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그는 한국 땅에 정착하고도 방황을 멈추지 못했다.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퇴학당한 그는 하나님을 원망하며 살아갔다. 그런데 여명학교에 입학한 후 교사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교장 선생님의 꾸짖음 속에서 눈물을 쏟았던 때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며 “이후 학생회장까지 맡으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영락교회 통일선교위원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사역을 맡아 후배들을 돕고 있다.
최남수(가명·33)씨는 22세의 늦깎이 학생으로 여명학교에 입학해 초등과정부터 시작했다. 북한에서 결핵을 앓으며 놓쳤던 교육의 기회를 다시 가지며 ‘가축을 건강하게 키워 사람들이 더 나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학교의 맞춤형 지도를 받으며 수의대에 진학한 그는 올해 최초의 북한이탈주민 수의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여명학교는 교육기관이면서 동시에 탈북 청소년들에게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사역지다. 인권 유린과 차별 등으로 상처받아 사회는 물론 가족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심어주고 치유 공동체가 되어준다. 조명숙 교장은 “분단 시대에 가장 소외된 계층 중 하나인 탈북 청소년들이 하나님 안에서 정체성을 찾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독대안학교의 사명”이라며 “앞으로도 사랑과 복음으로 희망을 심고, 그 희망이 열매 맺도록 학생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대안학교에서 의무로 갔던 단기선교를 통해 인생 전환점을 찾은 이도 있다. 독수리기독학교(교장 단혜향) 9기 졸업생인 윤주환(27)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필수 프로그램인 인도네시아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다른 학생들은 공부에 열중할 시기이자 학업 고민이 크던 때에 가게 된 해외 선교가 오히려 공부 재능을 찾은 계기가 됐다. 그는 “늘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선교를 기점으로 내 인생이 하나님을 위한 것임을 깨닫자 달라졌다”며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을 위한 일이라는 마음으로 공부에 임했더니 결과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윤씨는 목표로 하던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를 나와 최근 삼성전자 신입사원이 됐다. 그는 “수능 실패로 좌절했던 순간도 있지만, 시험을 못 본다 해도 내 인생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는 마음으로 재수해 평안한 마음으로 수능을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독수리교육공동체는 ‘자녀는 하나님이 주신 기업이요 상급’(시 127:3)이라는 말씀에 따라 아이들을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양육한다는 교육 철학으로 운영된다. 단혜향 교장은 “오늘날 많은 이들에 자녀 교육에서 즐거움과 희망이 아닌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데, 이는 교육이 하나님의 말씀에서 떠났기 때문”이라며 “자녀들이 자신이 받은 은사를 통해 삶 속에서 지상명령을 이뤄내도록 양육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교육의 본질을 되찾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김수연 조승현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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