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의외로 韓 기각…尹 각하 가능성 커졌다" 헌재 앞 환호

24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자 헌재 앞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안국역 2·3번 출구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 30여명은 탄핵 기각 소식에 “우리가 이겼다” “대한민국 만세” “끝까지 싸우자” 같은 함성을 질렀다. 일부 지지자들은 경찰 손에 하이파이브하거나 안국역사거리를 방방 뛰어다니자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헌재 정문 앞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이 주최한 탄핵 반대 기자회견장에서도 일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유통일당 등이 주최한 안국역 5번 출구 앞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지지자들 50여명이 모였다. 선고 직후 무대에선 한 총리 탄핵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의 이름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 탄핵선고도 각하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문형배가 의외로 기각을 했다. 집 앞 집회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더라”는 발언이 나왔다. 그는 “재판관 8명 모든 표가 탄핵 인용일 수 있단 생각으로 헌재 압박에 임하자”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연단에 선 또 다른 참가자도 “샴페인 일찍 터트리지 말자. 장기도 왕을 지키려고 하는 게임 아니냐”며 “대통령을 지키고 기뻐하자”고 말했다. 이에 집회 참여자들은 “민주당은 초상집이 됐을 것”, “이재명 구속”이고 외치며 호응했다. 탄핵 찬성 측 유튜버가 근처에 등장해 “한덕수는 기각되고 윤석열은 파면이다. 딱 삼일천하일 것”이라고 외치자, 탄핵 반대 측이 확성기를 들고 “한덕수 기각”이라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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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결과” 반발도
같은 시각 탄핵 찬성 측이 모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인근에선 적막이 흘렀다. 농성 천막 인근에 모인 이들 대부분은 “예상했던 결과”라 했지만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박모(67)씨는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말도 안 되는 결과”라며 “(탄핵 찬성 측이) 폭동을 일으키게 하려고 이런 선고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국회 윤 대통령 탄핵 소추단의 박범계·이춘석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8명은 이날 오후 2시 헌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헌재는 국난극복·사법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탄핵선고 기일을 당장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시간 탄핵 촉구 집회를 주도해온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공범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기각 결정을 한 헌재를 규탄한다”며 “한덕수의 즉각 사퇴와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비상행동은 이날부터 매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한 후 헌재 방향으로 행진한다. 25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시위와 26일 한국노총 대표자 결의대회, 27일 민주노총 총파업 등도 예고됐다.
이날 선고 결과가 향후 윤 대통령 선고의 예고편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날 이른 오전부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 앞으로 집결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오후가 되자 반탄 집회 참가자는 200여명으로 늘었다.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선 찬탄·반탄 진영이 약 50m 거리를 두고 서로를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수시간동안 대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선고 기일 발표가 늦어지면서 헌재 정문 앞 천막에서 1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윤모씨는 이날 오후 3시쯤 건강 이상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다.
오후 6시쯤 저녁 시간이 되자 스마트폰으로 생중계 영상을 찍으며 탄핵 무효를 외치는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 일부는 차벽으로 세워둔 기동대 버스 문이 열릴 때마다 금방이라도 뛰어들 것처럼 달려들거나 경찰을 향해 대뜸 고함을 치기도 했다.
양 진영 간 대치 상황도 이어졌다. 노란 나비 리본을 단 찬탄 측 남성을 반탄 측 20여명이 둘러싸고 “체포하라”고 20분 가까이 외치기도 했다. 신고된 집회 현장을 떠나 소음이 커지자 일대 상인들은 따뜻한 날씨에 열어뒀던 문을 황급히 닫았다.

앞서 지난 20일 ‘날계란 테러’ 등 극단적 충돌 조짐이 우려되면서 헌재 앞엔 이른 아침부터 경찰버스 차벽을 비롯한 경비 장비와 기동대 인원이 동원됐다. 이날 경비를 위해 헌재 일대에 기동대 15개 부대 900여명이 투입됐다. 헌재 정문엔 경찰 버스 차벽과 저지선이 설치돼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고, 바로 앞 4차선 도로에도 양방향 1개 차로에 기동대 버스로 차벽이 세워졌다. 1인 시위가 진행되는 안국역 2·3번 출구 앞엔 투명 벽 형태의 경찰 저지선이 설치됐다. 헌재 인근 보행자 통로에서도 신원과 목적지를 확인하는 등 경비를 강화하자 출근길 시민들 수십여 명이 투명 벽 형태의 경찰 저지선 앞에 줄지어 서서 목적지를 일일이 확인받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경찰은 돌발상황 통제를 위해 헌재 건너편 인도 위에 도로 쪽으로 1m 간격을 두고 철제 펜스를 쳤다. 바리케이드 앞에선 헌재 정문 방향으로 태극기와 피켓을 들고 이동하려는 사람의 통행을 제한하기도 했다.
김서원·서지원·이아미·김창용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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