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반대표' 여야 3040의원들, 구조개혁 한목소리 낸다

유성운.신수민 2025. 3. 22.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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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한 발 더
정치권이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안을 어렵사리 처리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여야 합의 법안이지만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선 반대·기권이 83표(반대 40, 기권 43) 나왔다. 정당과 관계없이 30·40대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에선 최연소 김용태 의원(1990년생)을 비롯해 김재섭·우재준·정희용·조지연·진종오 의원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선 김동아·모경종·이소영·장철민·전용기 의원 등이 그랬다. 최근 계엄과 탄핵을 둘러싸고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는데, 정파를 넘어선 교차 투표가 나온 건 이례적 현상이다. 찬성표를 던진 194명의 평균 연령은 58세, 반대표를 던진 40명은 평균 51세였다. ‘세대 갈등’ 성격을 드러낸 셈이다. (22대 국회 평균 연령은 57세)

찬성표 던진 194명은 평균 58세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임시회에서 연금 구조개혁을 논의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뉴시스], 그래픽=남미가 기자
이번 연금개혁안은 연금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올리는 게 골자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젊은 세대가 국민연금을 받을 때쯤엔 연금 고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기성세대를 위한 3% 증세’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표를 던진 각 당의 80년대생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재섭(1987년생) 의원은 “현재 사회 구조상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까지는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고갈이 예정되어 있는데 부담이 큰 젊은 세대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채 기성세대 정치인들이 ‘짬짬이’로 소득대체율까지 올려버린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헌법재판소를 비롯해 주요 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인데, 전반적인 국가 및 사회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안정성과 세대 형평성을 개선하지 못한 이번 개혁안은 동의할 수 없었다”는 이소영(1985년생) 의원도 “현재 서른 살인 청년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60년에는 기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불안과 거부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민연금은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순기능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1982년생) 개혁신당 의원은 “젊은 세대는 초당적으로 동의해 모두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며 “이전 세대는 더는 기여하지 않은 상태로 받고 다음 세대들은 훨씬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 자식 세대부터 받는 게 끝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로 처리된 만큼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대신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영 의원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제안했던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나누는 방식의 대안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연금은 기존 체제로 운용하되, 재정 부족분은 국가 재정을 투입해 충당한다는 것이 골자다. 반면 신연금은 가입자의 적립액과 투자 수익으로 보장한다.

이소영 의원은 연금수급자가 납부하는 연금소득세 총액을 국민연금 기금에 투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연금수급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연간 7800억원(2026년 기준)의 연금소득세가 징수되고 있는데, 지금은 일반 회계로 들어가 매년 쓰고 없어지는 돈이 됐다”며 “부모가 자식을 위해 저금을 하듯이, 연금소득세로 모인 돈을 미래 세대의 연금 재정을 위해 적립한다면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은 “기초연금을 빼놓고 구조 개혁을 논의할 수는 없다”며 “기초연금을 없앨 수는 없지만, 비용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재구조화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소득세 총액 기금 투입하자”
김 의원과 이주영 의원은 민주당이 반대해 무산된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출산율이 떨어지고 트럼프 대통령 발(發) 인플레이션 등 불안정한 국내외 상황에서 무조건 약속한 대로 정액을 지급하는 건 미래 세대에 줄 돈을 미리 쓰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민연금을 도입한 국가 70%가량이 자동조정장치 또는 유사 제도를 쓰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표를 던진 여야 의원들은 공동 행동도 모색하고 있다. 이소영 의원은 “여야를 떠나 초당적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며 “반대와 기권 표결한 여야의 청년세대 의원들을 만나서 머리를 맞대볼 것”이라고 했다. 이주영 의원도 “여야 젊은 의원끼리 논의가 진행되는 부분이 있고, 며칠 내로 젊은 세대의 입장을 반영하는 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 13명으로 구성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해서도 “기후특위가 20명인데, 13명은 적다.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며 “40대 이하 의원들을 넣어 세대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한편 소속 의원 108명 중 절반이 넘는 56명이 반대·기권한 국민의힘은 당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박수영 의원과 특위 소속 위원들이 21일 국민연금법 개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총사퇴했다.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연금특위는 (개정안에) 반대했는데, 양당 지도부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합의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성운·신수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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