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승복할 수 있나?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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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승복을 말하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탄핵 찬반 양측의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도 탄핵 기각·각하, 또는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하며 거리전에 나서고 있다. 20일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의 신속 파면을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탄핵 반대 측에서 던진 날계란에 맞기도 했다.
문제는 ‘그 날 이후’다. 헌재가 쥔 3장의 카드(인용·각하·기각) 중 무엇을 내더라도 한 쪽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전에 준하는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다른 낯선 풍경이다. 정치권은 어떻게 해야 할까. 20일 율사(律士) 출신 여야 재선 의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A : “헌재 내부 사정은 공개가 안 되고 있어서 우리도 추측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측에서 각하나 기각에 대한 주장을 많이 했는데, 옳건 그르건 헌재는 그에 대해 판단을 해서 결정문에 써줘야 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모든 국민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논리적으로 상세하게 작성된다면 조금은 더 시간을 투자할 가치는 있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사건이고, 향후 대선이나 정치적 상황에 기준이 될 수 있지 않나. 다만 이제는 충분히 보시지 않았을까. 결정을 내려줄 때가 됐다.”
Q : 민주당의 ‘줄 탄핵’도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있다.
A : “우리로서는 동의하긴 어렵지만, 최근 국회가 탄핵소추를 여러 건 한 것도 헌재의 업무 부담을 늘렸을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다른 탄핵 사건이 없어서 심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는데, 이번엔 다르다. 대통령 탄핵을 우선 처리한다고는 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등 다른 탄핵도 무작정 미룰 수는 없으니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Q : 헌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나?
A : “정치인 이전에 법조인으로서 이번 탄핵소추는 인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간통죄 폐지나 동성혼 허용처럼 이념 또는 가치관이 개입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나도 기각이나 각하로 어떻게 결정문을 써 볼 수 있을지 고민해봤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
Q : 만약 기각된다면, 승복할 수 있나?
A :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헌법재판은 수용의 대상이 아니다. 헌재의 결정은 항소할 방법도 없고 최종적인 결정이라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선택권이 없는 최종 결정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권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 덧붙이자면 피청구인은 윤 대통령이고 청구인은 국회 소추인단인데, 아무리 수용하기 싫어도 헌재가 선고하면 그 순간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Q : 워낙 갈등이 첨예하다 보니 헌재 불복 우려도 나온다.
A : “헌법재판은 사회계약이다. 이에 대해 비난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공격을 한다면 앞으로 국민에게 약속과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파국은 막아야 한다. 따라서 이 문제가 정치권 다툼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민주당도 지레짐작하면서 지나치게 분노하거나 억울함을 드러내는 건 곤란하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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