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흐 ‘별이 빛나는 밤’엔 정말 양자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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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별 관찰을 좋아해 천문학 탐사를 하다 국내 최대 망원경을 제작하는 회사의 창업자가 된 저자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그림 속 별에 관해 쓴 책이다.
저자는 2007년 한국에서 전시된 '사이프러스와 별이 있는 길'을 처음 본 뒤 고흐에게 반한다.
저자는 '밤의 카페테라스'의 하늘에 비친 여름철 대삼각형 별자리를 직접 관찰하고, '론강의 별밤' 속 북두칠성을 보면서 그림에 관한 호기심을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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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그림 속의 별들에 매료
천문학 관점서 고흐 작품 분석
◇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김정현 지음/520쪽·2만4000원·위즈덤하우스
저자는 고흐가 프랑스 생폴 드 무솔에 머물렀던 1889년 여름, 아를에 머물렀던 1888년 9월에 관한 여러 기록을 조사하고 현장을 답사한다.
책은 이곳의 천체 사진과 고흐가 남긴 편지 등 기록물, 하늘의 각도, 시간 변환 등을 활용해 고흐가 어떤 하늘을 그렸을지 추측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밤의 카페테라스’의 하늘에 비친 여름철 대삼각형 별자리를 직접 관찰하고, ‘론강의 별밤’ 속 북두칠성을 보면서 그림에 관한 호기심을 풀어간다. 이어 ‘별이 빛나는 밤’ 속의 별자리가 정말 양자리인지, 언제 그린 것인지에 관한 나름의 가설을 펼친다.
저자는 그림 속 별자리가 양자리가 아니며, 통상 논의되는 6월이 아닌 7월 하순에 그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술사에서 고흐의 작품은 야외에서 직접 풍경을 보고 그렸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업과 달리 그것을 본 감흥을 표현한 ‘후기 인상주의’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화가가 ‘정확히 무엇을 보고 그렸냐’보다는 ‘화가가 받은 느낌’에 예술적 가치가 있다. 하지만 천문 전문가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추론해 가는 과정은 흥미롭게 느껴진다.
명작은 보는 사람마다 끊임없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주는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천체에 애정을 가진 저자가 자신을 고흐에게 투영해 그림 속 하늘을 풀어가는 과정이 독특하다. 만난 적도 없는 먼 거리, 먼 시대에 살고 있던 화가의 삶을 연구하고 그 흔적을 샅샅이 추적하게 만드는 예술의 힘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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