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주 급락…“주주 가치 희석, 조정 불가피”

허정원 2025. 3. 2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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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사상 최대 ‘3.6조 유증’ 파장
21일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640선을 돌파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 넘게 급락하며 한화 그룹주가 동반 추락했지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수를 방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23% 오른 2643.13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2617.78까지 밀렸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사자’에 나서면서 상승 전환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8453억원치를 순매수했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lee.yoonchae@joongang.co.kr
장 초반 증시를 끌어내린 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소식이었다. 통상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한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로 인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전날보다 13.02% 내린 6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하락으로 한화(-12.53%), 한화시스템(-6.19%), 한화오션(-2.27%) 등 한화 그룹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한화그룹 시가총액도 6조원가량 사라졌다. 한화그룹 상장사 11곳의 시총은 전날 76조8500억원에서 70조 8700억원으로 4.27% 줄었다.

이에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샀다. 한화그룹 계열 4개사는 2023년 5월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했는데 이 과정에서 계열사별로 나뉜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았다. 이 거래를 통해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원의 한화오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한화임팩트의 최대주주는 한화에너지(52.1%)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주식전략팀장은 “기업 입장에선 해외 생산능력 확충이나 재무 건전성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겠지만, 주주 입장에선 환영할 수만은 없는 소식”이라며 “그간 현금흐름과 주가가 워낙 좋았던 터라 투자자에게 충격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서재호DB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2년간 약 5조원의 현금창출능력(EBITDA)이 전망되는데도 불구하고 증자를 택했다는 점에서 주주의 우려가 높다”며 “주주 가치 희석에 따른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투자 기회가 급증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해외방산·조선에 대한 거점 확보를 통한 외형 성장을 보이고, 주주 친화적 정책을 이어갈 경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장중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 전환했다. 전날 ‘글로벌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마이크론의 매출은 80억5000만 달러(약 11조 8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 시장 전망치인 79억1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며 각각 2.49%, 2.62% 올랐다.

백 팀장은 “국내 정치 이슈가 결론이 나지 않아 투자자가 시장을 관망하는 가운데 삼성SDI·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같은 이슈가 시장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며 “다만 코스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반도체인 만큼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경우 코스피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등 소비 심리와 관련된 다수의 지표가 발표되는 데다 국내는 탄핵 심판 결과가 빨라야 다음 주 중후반일 가능성이 커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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