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엔 랜드마크만 있는 게 아닙니다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도쿄, 파리, 두바이,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 도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규모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드물고, 오래된 건축물이 대부분 잘 보존돼 있다는 점입니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개선문, 도쿄의 왕궁, 싱가포르의 센토사섬과 같은 곳이 대표적입니다. 많은 관광객이 오래된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찾고, 상가나 음식점에는 언제나 활기가 가득합니다. 도시가 살아 있는 듯한 모습이기에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옵니다.
이런 도시들은 도심 전체가 유적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오래된 건축물을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문화재가 아닌 일반 주거 건물도 오랜 기간 잘 고치며 사용하니 나름의 멋을 만들어내 관광객이 모입니다.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도로나 주차장이 좁은 곳은 아예 자동차 진입을 통제합니다. 일부 아파트는 주차장을 적게 만들어 개인 차량 이용을 최소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교통도 활성화되고 관리가 잘 되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는 도쿄의 아자부다이힐스나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야드와 같은 최고급 재개발 사례가 주목받습니다. 그러나 이들 프로젝트는 모두 엄청난 시간이 걸렸고, 대부분 분양되는 물건은 많지 않습니다. 자산운용사나 대기업들이 자체 보유하는 부동산이기에 안정적으로 성공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를 보기 위해 많은 국회의원과 지자체 공무원 등이 방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건물은 대부분의 시설을 분양해야 투자가 이뤄지는 국내 대형 복합개발 사업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내는 상가, 오피스, 서비스 레지던스, 문화시설, 전망대 등을 모두 분양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대부분의 대형 복합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자연스레 모든 시설을 분양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다 부동산 PF 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 중단됐습니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멋진 해외 랜드마크를 찾은 도의원, 시의원들은 "왜 우리는 저런 멋진 건축물이 복합적으로 안 될까?"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누가 얼마나 열심히 계획하고 투자하고 운영했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부족합니다. 이런 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는 한 도시에 몇 개만 있으면 됩니다. 이미 서울에는 아자부다이힐스와 비슷한 역세권 복합 대형 프로젝트가 여럿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선진국에 가면 이런 대형 프로젝트만 보고 오는 걸까요.
기존 건축물들이 어떻게 잘 관리되고 운영되는지, 관광객들이 왜 그곳을 찾는지, 상가들이 어떻게 잘 유지되는지에 대해 자세한 분석을 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소상공인이 어려워지며 중소형 오피스나 지식산업센터가 점점 비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공간들을 변화된 세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선진국에서 배워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사비가 폭등하며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필요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도시는 장밋빛 전망만 말하고 있습니다. 래미안 원베일리처럼 멋진 주거단지만 건설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지자체와 의원, 도시계획 책임자들은 제대로 된 도시재생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백 년이 지나도 소멸하지 않고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아오게 만드는 방식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기존 건축물로 어떻게 랜드마크 단지를 만드는지, 어떻게 하면 그곳에서 주민들이 편하게 살며 상가가 활성화하는지 등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도쿄 아자부다이힐스 같은 프로젝트는 몇 명만 공부하면 되지만, 우리가 살아갈 도시의 재생에 대해서는 모두가 찾아보고 느끼고 공부해야 합니다. 사업성이 아주 뛰어나 건설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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