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선고 지연에 거칠어진 거리…야당의원에 계란까지 던졌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발표가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찬탄·반탄 양 진영 간 집회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야당 의원이 계란 세례를 받는 등 폭력 수위가 높아지자 경찰은 인도 통행을 모두 제한하며 헌재 정문 일대를 ‘준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정문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단은 윤 대통령 신속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욕설을 내뱉고 부부젤라를 불며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이건태 의원이 발언을 마친 직후인 오전 8시55분쯤, 백혜련 의원의 얼굴로 날계란이 날아왔다. 옆에 있던 이 의원에게도 계란 파편이 튀었다.
백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드시 범인을 찾아 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고발조치도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후 6시10분쯤 헌재 인근 인도를 지나던 중 한 남성이 다가와 자신의 우측 허벅지를 발로 차는 피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백 의원에게 계란이 날아온 곳으로 추정되는 기자회견장 맞은편 인도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 30여 명이 ‘1인 시위’ 형태로 모여 있었다. 경찰은 계란 투척 이후 “계란, 바나나 등을 던져 이미 1인 시위라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경고방송을 내보내고 이들을 안국역 3번 출구 앞 폴리스라인 너머로 강제 해산시켰다.
경찰은 야당 의원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자 헌재 정문 앞 약 200m 일대의 인도 통행을 전면 차단하는 등 경비태세를 강화했다.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약 2m 높이의 투명 벽과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헌재 직원·기자 등 신원이 확인된 사람을 제외한 모든 보행자의 통행을 막았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에 대해선 헌재 밖 약 300m에서부터 통행을 제지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는 이번 일이 발생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무겁게 보고 있다”며 “서로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표현 방식은 언제나 평화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리는 점점 거칠어지는 분위기다. 평일에도 각 진영이 모이는 광장엔 수백~수천 명씩(경찰 비공식 추산) 모이고, 헌재 인근 곳곳에선 양 진영 간 크고 작은 말다툼이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탄핵 반대 측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을 게시한 유튜버가 경찰에 입건되는 등 폭력 수위가 선을 넘고 있다.
탄핵 찬성 측인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경복궁역~광화문 일대 약 200m 인도 위에 40여 개의 천막과 10여 개의 텐트를 설치했다. 모두 불법 설치물로 2m 정도의 폭인 인도 절반만 통행이 가능해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또 대로변을 향해 연일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 소음을 양산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파업을 무기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헌법재판소가 26일까지 윤 대통령에 대한 판결 일정을 확정하지 않으면 오는 27일 총파업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날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 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서원·이아미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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