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대생 '제적 시한' 닥치자, 의협 “시간 더 달라” 요청할 듯
전국 40개 의대가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와 대학에 ”의대생들에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의협 관계자는 “의대생들 제적 처리까지 1~2주 만이라도 시간을 더 달라고 정부와 각 대학에 요청하려 내부 의견을 모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의 피해가 눈 앞에 보이는데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건 의협 집행부 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이달말까지 의대생의 수업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복귀 시 학년이 겹치는 24ㆍ25학번 교육 대책을 함께 내놨다. “학생 복귀 계기를 마련해달라”는 대학 총장·의대 학장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각 의대는 이달 말까지 복귀하지 않은 의대생은 학칙대로 처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의협은 “정부가 제시한 내용대로는 (24ㆍ25학번)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며, 복귀 여부는 당사자인 의대생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제시했다.
의협 입장의 변화가 생긴 건 연세대ㆍ고려대 등이 미등록 학생에게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하는 등 대규모 제적ㆍ유급 사태가 현실화하면서다. 시한이 다가오면서 의료계 전반 뿐 아니라 의협 내부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의협 집행부는 투쟁도, 대화도 아무것도 안하고, 학생들만 피 흘리게 한다”라며 "의료계 대표단체인 의협이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끌면서 피해를 극대화하고 있다. 자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공개적으로 김택우 의협회장과 집행부를 비판했다. 강석훈 강원대 의대 교수는 지난 24일 의협 주최 포럼에서 “어른들이 책임을 져야 하지, 왜 무고한 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투쟁은 교수가 할 테니 학생들은 이제는 돌아와 실리를 챙길 때”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대학에 시간 좀 더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김 대변인은 ‘학생들에 돌아가라 말해야 할 때’라는 의료계 내부 지적에 대해 “의협이 한 마디 해서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간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한다”라며 “그런 주장은 학생들의 의사 결정 구조를 무시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렇게 한다고 학생들이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은 어린 애가 아니다”라며 “누구의 말도 듣지말고,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 스스로 판단해야 하며 의협은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학 측은 '데드라인 연장'에 난색을 표했다. 의대 총장 모임인‘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공동회장인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이번 기회는 의총협과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정부를 설득해 어렵게 이끌어냈다. 앞서 마지막 기회임을 여러차례 강조했다”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의대생들을 향해 "이제는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의대생과 학부모님이 총장과 학장님의 합리적인 설득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한다”며 “정부는 돌아온 의대생이 마음 편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이에스더ㆍ박태인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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