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보다 한덕수 탄핵심판 먼저 선고…헌재의 큰 그림?
계엄 사태로 탄핵소추·기소된 고위공직자 중 첫 사법적 판단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파면 갈림길에 선 한덕수 국무총리의 운명이 오는 24일 결정된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 총리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한 총리에 대한 선고 결과와 결정문 내용은 윤 대통령 심판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헌재는 20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가 3월24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12월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때로부터 87일 만이다.
이에 따라 한 총리가 윤 대통령보다 먼저 헌재의 판단을 받게 됐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먼저 의결한 건 윤 대통령이지만, 변론 종결은 한 총리가 빨랐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측은 모두 대통령 사건에 앞서 결론을 내달라고 헌재에 요청했다.
尹보다 앞선 韓 선고…국정 혼선 최소화 포석?
한 총리의 주요 탄핵 사유에는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가 포함돼 있다. 선고기일이 지정되지 않은 윤 대통령도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다투고 있는 만큼, 한 총리 선고가 나오면 대통령 사건의 결론도 일부 추론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한 총리와 윤 대통령 사건이 동시 선고되거나 한 총리 건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거론돼왔다. 헌재가 선고일을 결국 분리한 것은 국정운영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총리는 기각 또는 각하, 윤 대통령은 파면으로 결정될 경우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다.
석달째 직무정지 상태인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다시 수행하려면 먼저 선고 결과를 확인한 후 지위를 확정해야 국정 전반에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헌재의 분리 선고가 윤 대통령 탄핵 인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던 한 총리도 12월27일 탄핵심판에 넘겼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까지 11차 변론을 진행했고, 단 한 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된 한 총리는 같은달 19일 마무리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되거나 기소된 고위공직자 중 사법적 판단을 받는 것은 한 총리가 처음이다. 국회는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묵인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헌법에 없는 '국정 공동운영 체제' 구성을 시도한 점,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거나 윤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윤 대통령 관련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의결했다는 점도 소추 사유에 포함됐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선포를 반대했고 군 동원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국회가 탄핵안 의결 시 정족수를 '재적의원 3분의 2(200석)'가 아닌 과반수(151석)를 적용했다며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였던 만큼 총리가 아닌 대통령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논리다.
내란죄 철회 및 의결 정족수 판단 주목…野 "납득 어려운 결정"
헌재 재판관 6인 이상이 '인용'을 결정하면 한 총리는 파면된다. 반대로 기각 결정이 나오거나 탄핵소추 요건이 되지 않아 각하되면 한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헌재 결정의 효력은 재판장이 주문을 읽는 즉시 발생한다.
만일 헌재가 12·3 비상계엄에 위헌·위법성이 있다고 결론 내리면,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적용하게 된다. 비상계엄 정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한 총리의 경우 비상계엄 선포·유지·해제 과정의 관여도와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또 윤 대통령과는 다른 탄핵소추 쟁점에 따라 한 총리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윤 대통령은 파면될 수 있고 그 반대의 결과가 성립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 측이 문제 삼고 있는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 채택과 내란죄 철회로 소추 사유를 변경한 점 등에 대한 헌재의 판단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윤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한 총리가 공모했다는 내용이 있지만, 변론준비 과정에서 형법상 위반 여부는 다투지 않는 것으로 쟁점이 정리됐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 추진을 공언한 상황이어서 탄핵의 의결 정족수 판단 역시 이목이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헌재가 한 총리의 탄핵심판 기일을 먼저 정한 데 대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선입선출의 원칙을 지켜온 헌재가 왜 이번에는 윤석열보다 (늦게 탄핵안이 의결된) 한덕수에 대해 먼저 선고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러니 헌재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 주장에 흔들린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는 것"이라며 "헌정질서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진 헌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윤석열에 대한 선고 기일도 지체 없이 결정해 파면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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