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보다 한덕수 탄핵심판 먼저 선고…헌재의 큰 그림?

이혜영 기자 2025. 3. 2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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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선고, ‘복귀·파면’ 운명 엇갈릴 가능성 고려한 장치라는 해석
계엄 사태로 탄핵소추·기소된 고위공직자 중 첫 사법적 판단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면 갈림길에 선 한덕수 국무총리의 운명이 오는 24일 결정된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 총리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한 총리에 대한 선고 결과와 결정문 내용은 윤 대통령 심판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헌재는 20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가 3월24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12월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때로부터 87일 만이다.

이에 따라 한 총리가 윤 대통령보다 먼저 헌재의 판단을 받게 됐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먼저 의결한 건 윤 대통령이지만, 변론 종결은 한 총리가 빨랐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측은 모두 대통령 사건에 앞서 결론을 내달라고 헌재에 요청했다. 

尹보다 앞선 韓 선고…국정 혼선 최소화 포석?

한 총리의 주요 탄핵 사유에는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가 포함돼 있다. 선고기일이 지정되지 않은 윤 대통령도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다투고 있는 만큼, 한 총리 선고가 나오면 대통령 사건의 결론도 일부 추론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한 총리와 윤 대통령 사건이 동시 선고되거나 한 총리 건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거론돼왔다. 헌재가 선고일을 결국 분리한 것은 국정운영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총리는 기각 또는 각하, 윤 대통령은 파면으로 결정될 경우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다. 

석달째 직무정지 상태인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다시 수행하려면 먼저 선고 결과를 확인한 후 지위를 확정해야 국정 전반에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헌재의 분리 선고가 윤 대통령 탄핵 인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던 한 총리도 12월27일 탄핵심판에 넘겼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까지 11차 변론을 진행했고, 단 한 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된 한 총리는 같은달 19일 마무리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되거나 기소된 고위공직자 중 사법적 판단을 받는 것은 한 총리가 처음이다. 국회는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묵인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헌법에 없는 '국정 공동운영 체제' 구성을 시도한 점,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거나 윤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윤 대통령 관련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의결했다는 점도 소추 사유에 포함됐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선포를 반대했고 군 동원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국회가 탄핵안 의결 시 정족수를 '재적의원 3분의 2(200석)'가 아닌 과반수(151석)를 적용했다며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였던 만큼 총리가 아닌 대통령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논리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3월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내란죄 철회 및 의결 정족수 판단 주목…野 "납득 어려운 결정"

헌재 재판관 6인 이상이 '인용'을 결정하면 한 총리는 파면된다. 반대로 기각 결정이 나오거나 탄핵소추 요건이 되지 않아 각하되면 한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헌재 결정의 효력은 재판장이 주문을 읽는 즉시 발생한다.

만일 헌재가 12·3 비상계엄에 위헌·위법성이 있다고 결론 내리면,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적용하게 된다. 비상계엄 정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한 총리의 경우 비상계엄 선포·유지·해제 과정의 관여도와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또 윤 대통령과는 다른 탄핵소추 쟁점에 따라 한 총리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윤 대통령은 파면될 수 있고 그 반대의 결과가 성립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 측이 문제 삼고 있는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 채택과 내란죄 철회로 소추 사유를 변경한 점 등에 대한 헌재의 판단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윤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한 총리가 공모했다는 내용이 있지만, 변론준비 과정에서 형법상 위반 여부는 다투지 않는 것으로 쟁점이 정리됐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 추진을 공언한 상황이어서 탄핵의 의결 정족수 판단 역시 이목이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헌재가 한 총리의 탄핵심판 기일을 먼저 정한 데 대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선입선출의 원칙을 지켜온 헌재가 왜 이번에는 윤석열보다 (늦게 탄핵안이 의결된) 한덕수에 대해 먼저 선고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러니 헌재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 주장에 흔들린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는 것"이라며 "헌정질서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진 헌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윤석열에 대한 선고 기일도 지체 없이 결정해 파면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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