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절차 이유로 韓 각하 땐 ‘비상계엄’ 별도 판단 안 해 [尹 탄핵심판]

김현우 2025. 3. 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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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덕수 탄핵심판 선고
헌재, 권한쟁의 심판 결정은 미뤄
소추 정족수 151명 vs 200명 쟁점
韓 측 “대행되는 공직자 기준” 주장
국회 측은 “국무위원 기준 따라야”
韓 직무수행 위법·위헌 판단 주목
인용 땐 ‘尹 계엄’ 탄핵심판도 직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방조·묵인했는지 등이 핵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과 쟁점이 상당 부분 겹친다. 한 총리 심판 결과를 잘 들여다보면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관들 판단도 일부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헌재는 국민의힘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결론은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통지한 상황에서 당장 절차적 문제보다는 탄핵 사유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우선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의결정족수’ 판단 미룬 이유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한 총리 변론기일과 같은 날 변론을 진행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선고기일을 아직까지 지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우 의장이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상정, 대통령 기준이 아닌 국무위원 기준인 재적 과반(150석)을 기준으로 표결하자 헌재에 권한쟁의를 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기준도 대통령에 맞게 200석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기일을 아직 지정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다만 한 총리 심판 과정에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가 언급된 만큼 이에 대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총리 측은 탄핵심판 변론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부적법하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한 총리 측은 주석 헌법재판소법에 기재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는 대행되는 공직자(대통령)를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국회 측은 대통령이 직무정지가 됐더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한 총리 탄핵은 대통령 기준이 아닌 국무위원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헌재가 한 총리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 경우 다른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선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법제사법위원회 조사를 거치지 않고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것이 권한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헌재가 기각 판단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 조사는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이지,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尹보다 빠른 韓 선고

헌재가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 결정을 윤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우선한 것을 두고서는 먼저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간 ‘대행의 대행’ 체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헌재 선고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면 더 큰 국정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윤 대통령 사건보다 한 총리 탄핵심판 사건이 상대적으로 더 단순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윤 대통령 사건은 변론 과정에서 내란죄 철회, 초시계 사용 등 방어권 보장 논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문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 번복에 더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 가필 논란 등이 불거졌다. 특히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역할을 맡은 군 수뇌부가 헌재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신조서와 다른 내용의 증언을 하는 것을 두고 ‘증거 논란’마저 일었다. 반면 한 총리 사건은 변론을 한 차례만 거친 뒤 마쳤고 탄핵사유 외에 불거진 문제는 내란죄 철회와 의결정족수로 한정됐다는 것이다.
갈라진 광장 언제까지…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왼쪽)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 사진을 합성한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피켓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12·3 비상계엄, 헌재 판단 나오나

한 총리 탄핵사유에 포함된 12·3 비상계엄 묵인·방조·공모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직결된다. 헌재가 비상계엄 선포에 하자가 있다고 본다면 한 총리의 위헌·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헌재가 계엄 선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면 한 총리의 직무수행은 문제 삼기 어렵게 된다.

내란죄 철회 문제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에는 윤 대통령과 내란 행위를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국회 측은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부분을 빼겠다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건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철회를 인정해 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됐고 소추 사유 철회에 국회 의결도 없어 부적법하다”는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의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내란죄 철회 부분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다면 윤 대통령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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