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 못한 '젠슨 황 효과'… "그래도 AI" 얘기 나오는 이유
"협력업체 이름만 거론해도 주가가 뛰었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힘을 잃었다."
블룸버그통신의 18일(현지시간) 보도다. 이날 엔비디아의 연례개발자회의 'GTC 2025'에서 진행된 황 CEO의 기조연설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3% 넘게 하락한 데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이렇게 평가했다. 황 CEO가 자율주행차량 개발 지원을 공개 언급한 GM(제너럴모터스) 주가도 1%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의 딥시크 충격 이후 AI 거품론이 불거진 가운데 이날 기조연설에서 양자컴퓨팅 등 기대를 모았던 새로운 성장동력이 언급되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이 여과없이 드러난 모양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 모멘텀을 이번 GTC 기조연설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래도 AI"라는 얘기가 나왔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차세대 기술패권 경쟁의 장이 된 AI의 지위가 시장의 변심으로 오히려 더 공고하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불과 몇 년 사이 엔비디아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시장의 반응이야말로 AI 경쟁구도의 치열함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패권을 두고 대립하면서 시장을 흔들었던 '반도체 공급망 전쟁'이 AI 반도체로 확산한 지는 꽤 오래 됐다. 딥시크 사태에서 보듯 AI 칩 경쟁은 이제 민간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경쟁이다. 딥시크 돌풍 배경에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 경제·혁신정책 싱크탱크 정보혁신재단(ITIF)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중국이 AI 연구 분야에서 양적으로 미국을 이미 앞섰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전통의 동맹도 가리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를 몰아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취임 다음날 첫 행보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과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AI 합작사 설립 계획을 발표한 데서도 AI 기술패권을 바라보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백악관 첫 손님으로 초대받은 샘 올트만 오픈AI CEO의 사례는 더 이상 특별한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31일 젠슨 황 CEO도 만났다. 황 CEO는 이보다 앞서 2023년 12월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만났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2월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각국 정상이 국가안보와 패권 유지를 위해 논의하는 상대가 AI 빅테크 수장이 됐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엔비디아는 각국의 AI 주도권 경쟁에 불을 지핀 장본인이다. 황 CEO는 지난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각국이 자체 AI 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가 2023년 11월 영국 정부의 슈퍼컴퓨터 구축 사업을 따내고 싱가포르 리셴륭 총리, 일본 기시다 전 총리를 잇따라 만난 직후였다.
AI 경쟁이 빅테크 업체를 넘어 국가 흥망을 가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세계 최초의 AI 규제법을 준비하던 유럽연합(EU)도 최근 애가 닳기 시작했다. EU가 지난 11일 AI 저작권에 대한 표현을 대폭 완화한 3차 초안을 발표한 데는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다는 평가다.
세계 각국의 치열한 각오에 비해 국내 사정은 한가함을 넘어 한심하게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즉생'으로 뛰어드는 각오 없이 민간과 정부 모두 미국과 중국 흉내내기만 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아차 하다가 10년 뒤엔 AI 식민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경고다.
새너제이(미국)=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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