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아메리카' 복장 남성, CIA·미군 위조신분증 해외직구

지난 1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윤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권고하라고 촉구하던 모습./사진=뉴스1

이른바 '캡틴 아메리카' 남성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정보기관(모사드) 등 해외 주요 기관의 위조 신분증 총 5장을 '직구(직접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마블 영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았고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26일 뉴스1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안모씨(40대)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1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진을 보내면 외국 정보기관 신분증을 만들어주는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안씨는 미국 성조기를 배경으로 증명사진 등을 촬영한 뒤 CIA 요원 위조 신분증 제작을 의뢰, 국제우편으로 이를 수령했다. 유사한 방식으로 미군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인터폴, 유엔안전보안국 소속 요원 신분증 제작도 의뢰해 위조 신분증 총 5장을 확보했다.

안씨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14일 오후 7시35분쯤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채 자신의 중국 혐오 감정을 알리겠다며 난동을 피웠고, 현장 경찰관에게 "너희들 중국 공안이냐. 대답하지 않는 걸 보니 공안이네" 등 발언하며 시비를 걸었다.

그러던 중 대사관 문이 열리자 안씨는 내부 침입을 시도했고, 곧바로 경찰관에게 제지당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후 서울남대문경찰서로 인치된 그는 경찰관으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자 앞서 위조한 미군 신분증과 유엔안전보안국 신분증을 내밀었다.

안씨의 난동은 경찰서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달 20일 오후 11시15분쯤 서울남대문경찰서 1층 로비에 나타나 다음 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조사를 미리 받겠다며 행패를 부렸다.

안씨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관에게 "손님 왜 안 받냐 이 XXX들아. 조사받게 해달라고 XXX아. 넌 남자도 아니야"라며 성적 모욕이 담긴 욕설을 퍼부었다. 또 해당 경찰관에게 "기물 파손하고 그냥 긴급 체포될까?"라며 경찰서 현관의 보안 출입문을 부숴 43만원 상당의 피해를 끼쳤다.

안씨는 건조물침입 미수, 모욕, 공용물건손상,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기소 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용중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안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망 염려를 이유로 그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