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5만전자·HBM·트럼프' 우려에 한종희·전영현 '정면 돌파' 다짐(종합)

이성락 2025. 3. 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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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
주가 부진·반도체 경쟁력 관련 질문 이어져
한종희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 기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수원컨벤션센터=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언급할 정도로 그룹 내 위기의식이 커진 상황 속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주총)에서는 우려감을 느끼는 주주들의 '송곳질문'이 쏟아졌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등 주요 경영진은 사과의 뜻을 전하는 동시에,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가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19일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 투자자, 경영진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6기 정기 주총을 열었다. 한 부회장이 의장을 맡아 주총을 진행했고, 주요 안건이 의결된 이후 한 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각 사업부장 등 경영진 10명이 주총 단상에 올라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는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주총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는 '위기'였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이라, 이날 경영진이 재도약을 위한 어떠한 청사진을 제시할지 주목됐다.

먼저 주주들은 주가 부진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주총 당시 7만원대였지만, 현재 5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한 주주는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주가를 언급하며 경영진을 향해 주가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다른 주주는 구체적인 주가 회복 시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사과했다. 이어 "지난해 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주가 회복의 열쇠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기술 경쟁력 회복이다. 앞으로 주가 회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주총장 입장에 앞서 주주 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주주들은 주가 부진의 이유로 '반도체'를 지목하며 DS부문장에게 날 선 질문을 던졌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조만간 제품을 납품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주식을 매도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부진한 주가의 많은 부분이 반도체 부문의 성과에서 좌우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전 부회장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주력 메모리 제품의 수익성 개선이 더딘 점이 주가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며 "미·중 무역 갈등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조직 개편을 통해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 HBM3E 12단 제품으로 빠르게 AI D램 시장을 전환시켜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확대)시킬 예정이다. HBM 공급량을 지난해 대비 크게 늘려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며 "차세대 HBM4와 커스텀 HBM 제품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HBM3에서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주들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고객 서비스 중심 사고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고객 중심의 디자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응용별 IP(설계자산)를 선제적 준비하고 설계 역량도 개선할 방침이다. 시스템LSI 사업부의 경우에는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안정적 성장을 위한 사업 내실화를 추진한다. SoC는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탑재를 위해 성능 극대화에 주력하고, 이미지 센서는 고화소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규 고객 확보와 신시장 진입으로 점유율을 확대한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주총장 입구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 밖에도 경영진과 삼성 내부 긴장도를 높이는 주주들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트럼프발(發) 관세 이슈와 관련한 대응력 주문에 "예의주시하며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고, 지지부진한 인수합병(M&A) 성과에 대해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는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을 회피하기보단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에 이를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 부회장은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겠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사내·사외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안건 4건이 상정됐다. 전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논의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이 AI 기술 혁신과 미래 성장을 이끌 차세대 기술력을 이해하고 직접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전시 공간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주주들은 주총장 입구에 마련된 체험 전시 공간에서 스마트싱스 기반의 AI 홈, 스마트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는 갤럭시 AI, AI 홈 컴패니언 로봇 볼리, 투명 마이크로 LED를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의 전장 솔루션·오디오 기기,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의료기기 등을 체험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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