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서고 압박도 해봤지만…결국 헌재만 보는 野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5. 3. 19.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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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탄핵' 마음은 굴뚝 같지만…
민주, 최상목에 마은혁 임명 압박 "19일까지 최종시한"
하지만 "이미 때 놓쳤다"…한덕수 사례 등 실효성 의문도
장외투쟁·연이은 단식에도 기일 안 정하는 헌재
결국 '헌재 향한 메시지'만…李 "젖먹던 힘까지 최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문제를 거론하며 최 대행의 탄핵을 시사하고 나섰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는 비판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좀처럼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걷고 단식 등 각종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결국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선고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상목 9번째 거부권, 마은혁 미임명에 민주당 '탄핵' 시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권한대행은 1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3명으로 구성하도록 한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40번째, 최 권한대행의 9번째 거부권 행사다.

그러자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문제를 언급하며 '탄핵' 가능성을 다시 시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결정내린 지 19일째"라며 "자신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서,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 때문에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는 해괴한 말을 늘어놓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내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최종시한을 제시했다. 그는 이것이 '탄핵'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최 대행에 대한 탄핵은 늘 검토하고 있고, 탄핵에 대해서는 늘 진심"이라고 답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최 대행이 헌재의 결정을 따를 수 있는 최종시한이 내일"이라고 거듭 19일 결단을 못박았다.

당내서도 "崔탄핵은 실기" 지적…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사진) 미임명 문제를 언급하며 '탄핵' 가능성을 다시 시사했다. 윤창원 기자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 대행에 대한 탄핵은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을 실행에 옮긴 만큼, 유사한 사안들에 대해 최 권한대행이 한 총리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 당시부터 탄핵의 명분이 충분했음에도 '최 권한대행은 다를 수 있다'는 사유로 차일피일 미룬 탓에 현재와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최 대행 탄핵은 때를 놓친 측면이 있다"며 "처음에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을 때 바로 탄핵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탄핵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이 부총리가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정무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조만간 결정이 내려진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 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에도 최 권한대행 탄핵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한 총리가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과 검사 등 13명을 탄핵소추했고, 이 중 8명은 헌재 판단까지 받았는데, 헌재는 단 한 건도 파면을 결정하지 않았다.

장외투쟁 일주일째…'헌재만 바라보는' 野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행진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야당 의원들의 삭발·단식·삼보일배 등 장외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7번째로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에 나섰다. 연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긴급행동 집회에도 참석했다.

단식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에는 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민주당 초선의원 3명이 새로이 단식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헌재를 찾아 윤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목숨을 건 장외투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된다. 야권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헌재가 아직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그러다보니 헌재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뭐라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거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현 상황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며 "국민과 함께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지금은 '헌재의 시간'이기 때문에 헌재를 향해 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지도부가 수락한 것"이라면서도 "국회의원이 거리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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