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설악산, ‘내 똥 되가져 오기’

최동열 2025. 3. 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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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설악산에서 파격과 의미를 더한 캠페인이 전개됐다.

'내 똥은 내가 되가져오자.' 즉, 등산 중 생리 현상으로 발생한 본인의 대변을 수거해 오자는 것이었다.

응고제와 생분해 비닐봉투, 케이블타이, 겉봉투로 구성된 대변봉투는 설악산악동지회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으로 마련했다.

설악산악동지회는 앞으로 봄·가을과 여름 휴가철에도 캠페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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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설악산에서 파격과 의미를 더한 캠페인이 전개됐다. ‘내 똥은 내가 되가져오자.’ 즉, 등산 중 생리 현상으로 발생한 본인의 대변을 수거해 오자는 것이었다. 산악인 모임인 ‘설악산악동지회’가 외설악 잦은바위골과 토왕골 입구, 소공원 주차장 등에서 활동을 펼쳤다. 현장에서는 대변 수거 봉투가 배부됐다. 응고제와 생분해 비닐봉투, 케이블타이, 겉봉투로 구성된 대변봉투는 설악산악동지회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으로 마련했다.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 캠페인이었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떤 이는 “고맙다”고 반가워했고, 또 어떤 이는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다음부터는 수거 봉투를 내가 사 오겠다”고 했다.

이번 캠페인은 ‘LNT(Leave No Trace)’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떠날 때 ‘흔적을 남기지 말자’는 것이다. ‘LNT’ 캠페인은 생소한 듯하면서도 역사가 있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국내에는 ‘LNT 코리아’도 설립돼 있다. LNT에는 야외활동시 꼭 지키도록 하는 7가지 지침이 있다. ‘지정된 구역 산행 및 야영하기’, ‘쓰레기와 음식물 찌꺼기 되가져 오기’, ‘꽃을 꺾거나 바위 등에 흔적을 남기지 않기’, ‘모닥불 사용하지 않기’ 등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교감하는 내용 중심이다.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지구촌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흔적을 남기지 말자는 운동은 등산은 물론 아웃도어 활동의 전분야로 확산하는 추세다. 에베레스트를 비롯 전세계 유명 국립공원에서는 오물세를 걷는 곳도 늘고 있고, 대변 봉투를 소지하지 않으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많다. 한라산 정상에서 ‘라면 먹기 인증’이 확산하자, 국립공원 측은 지난해 수거통을 설치하고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에 호응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클린 하이킹 등의 신개념 환경운동도 제법 자리를 잡았다. ‘플로깅’을 우리말로 ‘쓰담달리기’로 표현할 정도이다.

설악산악동지회는 앞으로 봄·가을과 여름 휴가철에도 캠페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건강한 설악산을 지키고 알리는데, 어떤 웅변보다 우렁차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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