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배당성향, 튀르키예보다 낮은 16위
한국 기업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수준이 주요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인도 같은 신흥국에도 뒤졌다. 대신 한국처럼 주주보호 수준이 낮을 때 배당·자사주 매입 같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더 컸다.
1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16개국(G20 국가에서 중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 제외) 중 한국 기업의 평균 주주보호 점수는 11점 만점에 6.8점으로 12위에 그쳤다. 영국(9.3점)·미국(8.9점)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일부 신흥국(브라질 8.2점, 인도 7.5점)보다 낮았다.
한은 연구진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에서 제공하는 기업 데이터 중 주주보호 관련 항목을 선정해 기업별로 자체 계산한 후 다시 국가별로 합산해 평균을 냈다.
한국 증시에서 유동주식의 비중(60.6%)도 미국(95%)·영국(93.9%)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대주주의 주식 보유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낮은 유동주식 비율은 원활한 주식매매를 가로막는 한 요소다. 대주주에 집중된 기업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주주환원 방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지급 비율) 역시 한국은 평균 27.2%로 16개국 중 꼴찌였다. 영국(137.4%)·이탈리아(116.4%) 등 배당 선진국과 4~5배 차이가 났다. 영업현금흐름 대비 배당금 지급·자사주 매입 규모도 0.2배로 14위에 그쳤다.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각 0.1배) 다음으로 저조했다.
다만 주주보호가 취약할수록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오히려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표본을 주주보호 점수가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눠 주주환원 규모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를 따져봤더니(실증분석) 후자에서 유독 양(+)의 관계가 확인됐다.
김선임 한은 차장은 “중장기적으로 일반 주주 보호,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은 주주환원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개발(R&D)이나 자본 투자 통한 수익성·성장성 개선이 더 효과적이었다. 반면 금융업은 배당 확대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김 차장은 “고성장 산업의 경우 자본적 지출이 기업가치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밸류업 지수 구성에 있어 업종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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