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드민턴 왕이로소이다…안세영, 전영오픈 2년 만에 탈환
왕즈이와 ‘79차례 랠리’ 접전
1시간35분 부상 투혼 끝 승리
“포기하지 않았더니 강해졌다”
서승재-김원호, 남 복식 금메달
2년 전, 안세영(23·삼성생명)은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배드민턴 대회라 평가받는 전영오픈에서 1996년 방수현 이후 처음 한국 단식에 우승을 안겼다. 만나면 늘 밀렸던 ‘천적’ 천위페이(중국)를 꺾은 그해 전영오픈 결승전은 세계 여자 단식에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안세영의 선전포고였다.
승승장구한 안세영은 그해 7월, 역시 방수현 이후 한국 여자 단식 최초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결승에서 안세영은 또 천위페이를 만나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경기 중 무릎을 다쳐 수세에 몰렸지만 끈질기게 천위페이를 몰아붙인 투혼은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안세영은 이 무릎 부상을 안고 출전한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최강’으로 공인됐다.
2025년 안세영은 더 독보적인 경기력으로 국제대회를 제패해 나가고 있다.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차례로 석권한 안세영이 다시 전영오픈 왕좌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7일 새벽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2위)를 2-1(13-21 21-18 21-18)로 꺾고 2년 만에 이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올해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20연승과 함께 4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올림픽 이후에도 강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안세영의 거의 유일한 변수는 몸 상태였다. 전날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의 준결승에서 허벅지에 통증이 생긴 안세영은 해당 부위에 테이핑한 채 결승전에 나섰다.
몸놀림이 가볍지 않았던 첫 게임은 큰 점수 차로 뺏겼지만 2게임부터 특유의 끈질긴 배드민턴을 구사했다. 다친 탓에 가동 범위가 완전하지 않은데도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며 체력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6-6에서 무려 79차례 랠리 끝에 득점한 명장면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접전 중에도 집중력에서 앞선 안세영은 18-18에서 스매시 득점으로 리드를 잡아 두 번째 게임을 가져왔다.
운명의 3게임도 접전 양상으로 흘렀다. 안세영은 언제나 접전에 강하다. 안세영은 15-16으로 뒤지면서도 짧고 긴 공격을 섞어가며 상대 체력을 뺀 뒤 실수를 유도해 동점을 만들었다. 18-18에서 상대 공격이 라인을 벗어나며 앞서갔고, 직후 헤어핀 대결에서 승리하며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상대의 마지막 샷이 라인 아웃되며 1시간35분의 혈투가 ‘체력왕’ 안세영의 승리로 끝났다.
다시 한번 부상 투혼으로 우승을 거머쥔 안세영은 그대로 코트에 무릎 꿇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안세영은 “오직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 그 생각이 나를 계속 버티게 했고,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안세영이 금메달을 획득한 뒤 남자 복식에서도 금메달이 나왔다.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는 남자 복식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레오 롤리 카르나도-바가스 마울라나를 2-0(21-19 21-19)으로 제압하고, 2012년 정재성-이용대 이후 13년 만에 전영오픈 남자 복식 챔피언으로 올라섰다. 여자 복식(김소영-공희용)과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2023년에 이어 한국은 또 한 번 전영오픈에서 금메달 2개를 가져왔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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