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땐 선고 하루 전 ‘승복 합의’…이번에도 정치권 ‘한목소리’ 가능할까
朴 때 같은 여야 ‘합의’는 부재
8년 전엔 “통합된 마음으로 새 시대 열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여야가 ‘승복 합의’를 이룬 것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잇달아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지만 8년 전과 같이 의견 합치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이후 연일 평의를 열고 사건 쟁점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변론 종결 이후 선고까지 14일·11일 걸렸던 점을 감안해 이르면 이번주 중후반에는 선고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권이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전 승복에 대한 합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하루 전인 2017년 3월9일 여야 의원들은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회동에 참석해 ‘결과에 승복하고 혼란 수습에 나서자’는 뜻을 냈다. 정 의장은 이 모임 이후 “모두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또 통합된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합의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헌재 선고가 되고 나면 혹시 있을 수 있는 이런저런 집회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참여를 자제하는 등 노력도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시위보다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도 했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뒤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하던 상황이었다.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뿐 아니라 일명 ‘태극기 부대’로 불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세력 간 갈등이 표면화했다. 각각 박 전 대통령 퇴진과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분신하거나 투신하는 극단적인 일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여야 지도부도 표면적으로는 탄핵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의 폭주는 돌아보지 않고 대통령을 파면하라며 국회를 선동하고 헌재를 압박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도 하는데, 민주당은 이런 자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에 작금의 국가적 혼란을 멈추려면 정치권이 탄핵심판 선고에 제대로 승복해야 한다”며 전날 당이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다 아시다시피 헌법재판은 단심이다. 선고가 되면 그 결과는 모두를 귀속하게 돼 있다”며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당의 공식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승복 입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는 같은 날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헌법 수호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승복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부 입장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입법부 일원으로서 ‘헌법 수호’를 부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헌재를 부숴버리자고 하는 의원을 방치한 데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은 ‘헌재를 부숴버려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야 지도부 바깥에서도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적 위기를 막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안철수 의원)거나 “양당 지도부가 공동으로 승복 기자회견을 하는 것”(김두관 전 의원) 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면에선 헌재를 향한 압박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과반이 넘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각하·기각을 요구하며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당 입장과 모순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안정이 가장 우선되는 가치라고 보기 때문에 지도부는 승복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라며 “의원들이 각하나 기각을 주장하는 것이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 행진을 엿새째 진행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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