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 “우리도 엑스레이 찍겠다” 선언…의사들 “말도 안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수연 2025. 3. 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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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무죄 판결…의·한방 갈등↑
한의협 “환자 진료선택권‧편의성↑” vs 의협 “무면허”

한의사들의 엑스레이(X-ray) 사용 전격 선언에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의계는 최근 법원 판결을 근거로 엑스레이 사용을 전면 허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양의사들은 판결을 왜곡 해석했다고 지적한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회 임원들부터 앞장서서 엑스레이 기기를 구비해 진료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옹 한의협 수석부회장은 “과학의 산물을 활용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엑스레이 촬영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한의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방사선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했다 기소된 한의사가 최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수원지방법원은 1월17일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 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 규정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자를 한정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한의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그 밖의 기관’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이 판결을 한의사와 한의원의 엑스레이 사용 허가 판결로 판단, ‘자격 기준’ 명단에 한의사를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활용이 환자의 진료 선택권과 진료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진료비는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의사와 서의사 면허가 분리된 대만도 2018년부터 중의사에게 엑스레이를 비롯한 현대의료기기 진료를 허용했고, 건강보험을 적용해 국민에게 의료비용 혜택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선언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의협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추나요법은 엑스레이 영상진단이 필수적이지만, 진단 과정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위해 양방의원을 추가로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해왔다”며 “한의사가 진료에 엑스레이를 활용하게 되면 의료기관 이중 방문에 따른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의사들은 오진으로 인한 피해가 오히려 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사 단체들은 해당 판결이 저선량 골밀도 측정기를 보조 사용한 게 형사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인데, 마치 한의사에게 엑스레이를 전면 허용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은 지난달 26일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선언을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규정하고, 국민 생명을 위협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의협은 “형사상 유죄를 판단함에 있어 한의원이 명시적으로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소극적인 해석을 했을 뿐, 어디에도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거나, ‘한의사가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해석을 하지 않았다”며 “한의계는 형사처벌 유무를 다룬 판결을 마치 한의사에게 영상의학적 진단행위 전반을 허용하는 것처럼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번 판결에 앞서 2013년 헌법재판소는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의협은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체계가 이원화돼 있음을 강조한 판결”이라며 “헌재 선고로 영상의학이 전문 진료 영역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골밀도 측정기.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골밀도 기기 형사 판결만 놓고 모든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에 문제없다니 매우 무리한 주장이자 아전인수”라며 “허무맹랑함이 극에 달했다”고 맹비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안전 관리와 정확한 판독을 위해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수인데, 한의사는 이 같은 첨단 의료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았다”며 “대놓고 현행법을 무시하고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만행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한의사의 선 넘는 무면허 진료행위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계도하겠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소도 불법 의료행위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며 “한의사가 영역 다툼을 위해 국민 건강권을 계속 무시한다면 현대의학 모방에 급급하고 스스로 근본을 잃어버린 한의학 제도 자체의 존립을 심각하게 재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 기준. 아래는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에 따른 진료비 절감 효과. 보건복지부‧한의협 제공
 
의료계 반발에 한의협은 전날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환자의 진료 선택권과 편익을 확대하고 보다 정확한 진단으로 정확한 치료를 하고자 함이지 의사 단체와의 이권 다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오진 가능성에 대해선 과거 초음파 허용 판결을 들며 반박했다. 한의협 측은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초음파 허용 판결 이후 2년 동안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한의원은 3000군데 이상 증가했다”며 “이후 별다른 오진 문제 없이 진료의 수준과 질이 높아졌다. 엑스레이 역시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의사들이 정부를 향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 자격 기준’에 한의사를 추가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규정상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 한의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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