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장에 분위기 바꼈다… ESG 로드맵 약속한 금융위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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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노선을 철회하면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정책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
국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ESG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ESG 활동을 감추는 그린허싱(Greenhushing)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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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 ESG 관심 ‘뚝’… 금융위 “상반기 로드맵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노선을 철회하면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정책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 국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ESG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ESG 활동을 감추는 그린허싱(Greenhushing)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당장 우리 금융당국도 난감하게 됐다. 당초 주요국 동향을 참고해 올해 상반기 ESG 공시기준과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ESG를 둘러싼 국내외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15일 정부·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ESG 관련 행사가 급감했고, 금융당국에 쏟아지던 행사 참석 요청 공문도 뚝 끊겼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업이 ESG 공시 관련 세미나·설명회 등을 개최하면서 금융당국 공무원에게 참석을 요청하는 경우가 매월 10여건에 달했다고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ESG 정책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각국이 보호주의 기조로 선회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상당수 기업이 정치 상황을 관망하며 ESG 관련 활동 시기를 늦추거나 완화하는 추세다. 재계 고위 관계자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누구나 알고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어수선한 시기에 논의할 주제는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기업의 움직임을 ‘그린허싱’으로 표현한다. 한 기업 ESG 담당자는 “원래 그린허싱이란 표현은 기업이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받을 비판에 부담을 느껴 활동을 감춘다는 의미로 쓰였다”며 “최근 쓰임새가 살짝 바뀐 듯하지만 외부 공개를 꺼린다는 측면에선 비슷한 맥락”이라고 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넷제로 자산운용사연합(NZAMI)에서 탈퇴했다. 글로벌 채권 운용사 핌코도 기후행동100+를 이탈했다. JP모건과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 등도 탈퇴를 공식화했다. 골드만삭스·웰스파고·시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모건스탠리 등 은행도 넷제로 은행연합(NZBA)에서 빠져나왔다.
그간 ESG 정책을 주도해 온 유럽연합(EU)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의 적용 범위를 대폭 완화한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CSDDD는 기업 공급망 내 ESG 위반 여부를 감시하고자 작년 7월 발효한 규정이다.
우리 정부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ESG 관련 가이드 역할을 해 온 미국과 EU에서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위는 올해 1월 업무보고에서 상반기 중 ESG 공시기준과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금융당국은 일본·중국 등 주변국이 ESG 공시기준과 로드맵을 준비 중인 만큼 우리도 예정대로 준비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본은 지난 5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부합하는 자국 ESG 공시기준을 확정해 공식 발표했다. 중국은 작년 12월 ESG 공시 1차 기준을 발표한 상태다. 영국도 이달 중 ESG 공시기준을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본·영국 등의 발표 내용을 참고해 한국의 ESG 공시기준과 로드맵도 상반기 중 완성할 것”이라며 “여러 여건상 한국이 먼저 치고 나가긴 힘들 수 있지만, 다른 나라와 속도를 맞춰 뒤처지진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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