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파워’ 통했나… 반 년 전 우려와 달리 자금도, 기업도 모이는 마곡 원그로브

정민하 기자 2025. 3.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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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3월 11일 17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작년 준공을 앞두고 입주가 한 곳도 없어 대규모 공실 우려가 불거졌던 서울 마곡지구 '원그로브'에 최근 대기업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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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입주율 0%에서 5개월 만에 40% ‘쑥’
위치 애매하고, 주변 공급 많지만
국민연금과 좋은 관계 쌓으려 속속 입주 택해
서울 마곡지구 대형 복합시설 ‘원그로브’ 전경.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3월 11일 17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작년 준공을 앞두고 입주가 한 곳도 없어 대규모 공실 우려가 불거졌던 서울 마곡지구 ‘원그로브’에 최근 대기업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이를 매입한 국민연금공단에도 당초 목표치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인수금융 제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이 펼쳐진 것은 모두 국민연금이라는 ‘큰 손’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20여곳이 서울 강서구 마곡 원그로브 입주를 협의 중이다. 미국 1위 주거용 부동산 자산운용사 그레이스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형 사모 부동산 운용사 피닉스프라퍼티인베스터스 등 부동산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이들 운용사는 계약 체결과 인테리어 공사 등을 거쳐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디타워 돈의문에 본사를 둔 건설사 DL이앤씨와 DL건설도 원그로브로 이전한다. LG 자산관리 계열사 디앤오가 운영하는 공유오피스 플래그원과 바이오 기업 인비트로스 등도 원그로브에 입주할 계획이다. 지역 거점 항공사 에어인천,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 등도 새 둥지로 원그로브를 택했다.

원그로브는 연면적 약 46만3098㎡로, 여의도 IFC(50만6205㎡)와 유사한 규모다. 지상 3층부터 11층까지 오피스,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까지는 ‘원그로브몰’이 들어선다. 태영건설이 시공한 초대형 사업장으로, 국민연금이 단행한 국내 단일 부동산 투자로는 가장 큰 건이기도 하다. 2021년 국민연금은 원그로브를 2조3000억원에 준공 후 매입하기로 했다.

사실 원그로브는 반년 전인 2024년 여름 준공을 앞뒀을 때만 해도 오피스동 임차 계약을 맺은 업체가 없어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었다.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예상 입주율을 물어보자 국민연금 측이 20%가량이라고 답변했을 정도다.

업계에선 가장 큰 이유로 위치를 꼽았다. 마곡지구는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서울 3대 업무권역이 아닌 데다가 여의도보다 서쪽에 치우쳐 있다. 기업들이 선뜻 이전하기 어려운 위치다. 또 마곡지구와 인근 여의도에 새 오피스 빌딩이 많이 생기면서 입주를 원하는 기업들의 수요도 분산됐다. 무엇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불황이 겹치면서 위기를 겪었다.

일러스트=손민균

그럼에도 현재 입주율을 40%까지 채운 건 국민연금 덕분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원그로브가 임차인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자 국민연금과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기업들이 잇달아 입주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커지고, 대체투자 규모도 10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이들이 마곡행을 결정한 배경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빌딩이면 모르겠지만, 원그로브가 일반적인 빌딩 두세 개를 합친 덩치가 큰 자산이다 보니 약 5개월 만에 절반에 가까운 입주율을 달성한 건 선방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원그로브 투자가) 국민연금 부동산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수익률 면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임차를 택한 면도 없지 않다”고 했다.

국민연금에 손을 내미는 것은 금융투자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인수에 필요한 자금 중 1조9000억원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아직 공실률이 60%에 달함에도 은행·보험사 등으로부터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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