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키워드로 보는 주총… 등기임원·임원보수·정관변경
오너 경영상 책임 강화여부 눈길
실적개선 한진, 임원보수 증액
남양, 정관변경으로 투명성 제고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사내이사, 사외이사 등 등기이사 선임안과 임원보수, 각종 정관변경 관련한 안들이 주총에서 다룰 핵심 의안이다. 오너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는 주총 시즌 핵심 쟁점이 돼 왔고, 또 정관변경은 해당 기업의 앞으로의 기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돼 왔다. 이 같은 사안들을 키워드로 주요 기업의 올해 주총을 '미리보기' 해 본다.
◇정용진 회장, 올해도 이마트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사회 복귀도 아직
임원은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으로 구분된다. 등기임원(등기이사)은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으로 구성된다. 법인을 대표하고 이사회에서 주요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다. 법인의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도 바로 등기임원이다.
우리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오너 경영인의 등기임원 취임 여부다. 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오너 경영인들이 미등기임원에 오르지 않는 경우 '경영상 책임 회피'라는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미등기 임원은 법인의 민형사상 책임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주총 시즌에도 오너의 등기이사 취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이마트 사내이사 선임 여부가 대표적이다.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이마트는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주총 시즌마다 정 회장에게 꼬리표저럼 따라붙는 '미등기 임원' 이슈는 이번에도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됐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최근 이마트 지배력을 강화해 온 것에 걸맞게 등기임원에 취임해 경영상 책임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 회장의 지배력은 계속해서 확대돼 왔다. 지난달 정 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모두 사들여 사실상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마트 보유지분은 18.56%에서 28.56%로 커졌다.
오너에 대한 책임경영 요구가 강해지는 기조가 이어지는 한 오너의 등기임원 취임 여부는 기업 지배구조 이슈에서 지속해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최대주주가 경영상 의사결정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 있는 것은 책임경영에 반하므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는 경제개혁연대·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인 액트로부터 주주제안서를 받기도 했다. 미등기 임원인 정 회장의 보수 문제가 핵심으로, 보수 심의제 정관 도입을 제안했다. 보수 산정방식, 지급 계획 등의 정책을 주주총회 표결을 통해 검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도 미등기 임원이다.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회장으로 승격된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그룹의백화점 부문을 이끌고 있다. 정유경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역시 올해 주총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명희 총괄회장도 이마트와 신세계의 미등기 임원이다.
그간 소액주주들은 주가가 하락하고, 실적이 악화해도 미등기 임원인 총수일가의 보수는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는 점에 개선을 요구해 왔다. 정 회장과 직계가족인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2020년 약 88억원, 2021년 약 105억, 2022년 100억, 2023년 약 98억원을 보수로 받은 바 있다. 코로나19 직전 31만2000원(2018년)까지 갔던 이마트 주가는 8만3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오너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었지만, 불발됐다.
19일 정기 주총을 앞둔 삼성전자의 주총 안건에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취임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이뤄진 검찰의 상고 여파로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아직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에 합류하기엔 부담이 컸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해관계자 시선집중 시키는 '임원보수'
임원보수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핵심 사안이다. 이번 주총시즌 임원보수로 이슈가 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한진그룹이다.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임원보수한도를 기존 대비 30억원 증액한다.
오는 3월 26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주주총 안건에는 이사보수한도 증액 건이 포함됐다. 2025년 이사보수한도를 120억원으로 책정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등을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이 완료된 만큼, 지금이 보수 증액 등 임원 처우를 개선할 적기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업은 최근 10년 간 2차례만 보수한도를 높여 왔다. 2018년엔 4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증액했고, 2023년 50억원에서 90억원으로 늘렸다.
한진칼 측은 "당사는 최근 10년간 2차례 보수한도를 인상한 뒤 보수한도 수준을 유지해온 반면 기업 가치는 2014년 대비 3배 이상 상승했다"면서 "코로나19 경영환경 회복을 위한 책임경영강화 등으로 인해 임원 기본연봉을 동결한지 3년차가 도래하는 시점으로, 처우 조정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별도 기준 한진칼은 전년대비 매출 15%, 영업이익 14% 수준의 성장을 기록했으며,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 역시 주요 실적지표에 대해 전년비 20 ~ 30% 내외의 실적 개선을 달성한 상태다. 또 2024년 말 아시아나항공 등 기업결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이에 따라 한진그룹의 매출과 자산 규모는 약 30~40% 수준의 외형적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진의 역할과 책임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책임경영을 위해 성과보상제도를 운영 중이다. 2023년 등기임원 중장기 성과 연계 보상 체계를 도입했다.
◇보상 구조 전면개편 등 '기조' 드러나는 '정관변경'
정관변경은 회사의 기조를 드러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경영 체제가 급격히 바뀐 기업의 경우, 정관에 굵직한 변화를 주는 움직임으로 쇄신을 꾀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오너 경영 체제에서 한앤컴퍼니(한앤코) 체제로 바뀐 남양유업이 대표적이다. 조직의 정책을 크게 손봄으로써 보다 합리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정관변경으로 드러내고 있다.
남양유업은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보수 한도를 기존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사보수 한도가 50억원이 된 것은 홍원식 전 회장 체제에서였다. 2023년 당시 사내이사였던 홍 전 회장이 이사의 보수한도를 최대 50억원으로 올리는 안건에 찬성한 바 있다.
불필요한 보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원의 범위에도 손을 댄다. 등기부 등재를 불문하고 직위상 상무 및 감사를 임원이라 지칭했던 것을 바꿨다. 임원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의 '임원관리규정'에서 정한다.
퇴직금도 월급 기준으로 지급했던 것을 연간 기본 보수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성과급이나 장기성과보상 등은 퇴직금 산정에 제외된다. 대신 퇴직위로금을 신설해 핵심 인재에 대한 선별적 보상이 가능해진다.
직급별로 퇴직금을 차등 지급하던 구조도 '연봉의 10%*재임 연수'로 통일된다. 기존에는회장 7개월분, 부회장 3개월 분 등으로 달랐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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