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86% 수복", 우크라 "포위 못해"…쿠르스크 두고 '옥신각신'

한지혜 2025. 3. 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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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의 중요한 카드인 쿠르스크의 점령과 탈환을 놓고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8월 기습적으로 러시아 서부의 쿠르스크를 공격해. 한때 1300㎢ 이상의 땅을 장악했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밀려나는 중이다. ‘30일 휴전안’ 합의를 앞두고 서로 유리한 협상 고지를 차지하려는 신경전이란 풀이가 나온다.

회의 중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왼쪽 두번째). AFP=연합뉴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1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쿠르스크에 있는 우리 군을 포위하려는 러시아군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포위될 위험이 없으며 유리한 방어선으로 이동하기 위한 조처를 적시에 하고 있다”고 적었다. 전날 “쿠르스크 지역의 12개 마을과 100㎢의 영토를 탈환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성명에 반박한 것이다. 언급된 아그로놈, 보그다놉카 등 12개 마을은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쿠르스크 내 주요 도시 수자를 둘러싸고 있다. 현재 러시아군은 인근 지역을 우선 점령한 뒤 쿠르스크 내 우크라이나군을 고립시키는 작전을 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과 러시아 참모총장 발레리 게라시모프(오른쪽)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군 본부를 방문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는 이날도 쿠르스크 전선 우위 확보에 여념이 없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이날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쿠르스크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지난 하루 동안에만 수자를 비롯해 5개 마을을, 5일 동안 24개 마을과 영토 259㎢를 해방시켰다”고 보고했다. 그는 또 “적군이 처음 점령했던 영토의 86% 이상인 1100㎢를 수복했다”고 했다. 수자는 쿠르스크 내 중심부로 유럽행 가스관의 요충지이자 우크라이나의 물자 공급 거점이다. 타스통신은 이날 러시아 병사들이 수자의 광장에서 국기와 부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의 영상도 공개했다. 단, 영상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타스통신에서 공개한 쿠르스크 수자 행정건물 앞 광장에서 러시아 국기 든 러시아군의 영상. 사진 타스 캡처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수자 상황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13일 텔레그램에서 “수자와 주변 지역에서 맹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며 “쿠르스크 방어를 유지하겠지만, 필요시 부대를 더 유리한 위치로 기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군의 퇴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만일 러시아의 주장대로 수자까지 탈환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상에서 사용할 ‘영토 교환’ 카드를 잃게 된다. 당초 러시아군에 영토의 약 5분의 1을 점령당한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점령지를 영토 교환 협상의 카드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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